의미를 찾으려는 의지, 김
겨울 내내 식탁에 김을 준비해 두겠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찾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 이유는 바로 실존의 문제이기 때문일 거예요
'아마도 이런 욕구를 가장 통렬하게 묘사한 사람은 나치 수용소의 끔찍한 생활을 책으로 쓴 빅터 프랭클일 것이다. 그가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라고 부른 것은 최악의 비인간적인 상황을 견디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또 생존뿐 아니라 인간이 번영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된다.' - 지루함의 심리학 p171
위의 글은 지루함을 연구한 인지신경과학자 제임스 댄커트와 임상심리학자 존 D. 이스트우드의 견해입니다
'의미의 부재는 인간이 겪는 수많은 고통과 비참함의 근원'이라는 빅터 프랭클의 말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보고, 접촉하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 하고 그런 시간에 마음을 쓰곤 하죠
그런데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라면 어떤 음식이 어울릴까요?
가지런히 마련해 놓은 김이 페이지를 펼쳐 보여주네요
밀물, 썰물만큼 애태우며 겨울 바다가 키워낸 해초를 생각해 봅니다
놀라움은 먼저 그 모양에서 발견할 수 있죠
그래서 네모에 속한 해초줄기와 만든 사람들의 애씀에 감사하게 됩니다
우리 삶의 어떤 부분처럼 한 장씩 조심스럽게 만들고 다루어야 하죠
다음으로는 그 얇기와 다르게 품고 있는 풍미를 꼽아봅니다
마른 김에 밥을 싸 먹을 때나, 기름을 바르고 바삭하게 구운 김이거나, 부숴서 밥에 비벼먹을 때나 김의 풍미는 선명함 자체입니다
'김이구나'하는 명백한 순간을 느끼게 하죠
더해서 건강한 음식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미각을 넘어서 특별함을 주는 검은빛에 가까운 색도 놀라운 부분입니다
역시나 기대를 뛰어넘죠
저는 딸아이 입가에 묻은 가루도 떼어먹고, 혹시 놓칠까 봉지를 탈탈 털어 먹기도 하는데요
다 의미 가루니까 놓치지 않을 거예요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
겨울 내내 식탁에 김을 준비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