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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i Apr 10. 2022

단짠단짠의 진짜배기, 월급날

그대는 이번 달도 무사한가?




스쳐지나가는 달콤한 선물에 하루동안 빨간맛과 파란맛을 느껴지게 하는 날, 그 이름 월급날이라

이 날 내 통장 내역은 마치 주식창의 축소판 같다. 입금이요~를 외치며 잠깐 빨간 불은 들어왔다가 제각각 퍼가요~를 외치는 파란불의 홍수 속에 밀려난다.


TV에 나온 디저트 중 소금맛 디저트에 신기한 적이 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레몬 소금을 얹어 먹는, 단짠의 정석같은 이 음식이 떠오른건 왜일까.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같은 월급이 통장에 찍히기 전까지 짭짤하다 못해 씁쓸한 이번달의 내 회사생활이 떠올라서가 아닐까


회사원라고 한다면 '가슴에 사직서를 늘 넣고 다니는 인생'이라는 말이 따라온다고 하지만, 나의 회사생활은 '시간 맞춰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에 길들여진 자유노동자' 라고나 할까.

하루 정해진 시간에 회사일에 묶여있는 통제된 삶에서 내가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졸업 예정자인 시절. 내가 생각보다 정해진 틀을 좋아한다는 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난 짜여진 틀 안에서 남 몰래 즐기는 나만의 자유로움을 좋아했다. 남들이 오지 않는 구석진 창고, 살짝 눈 붙여도 아무도 모를 가려진 창문. 그러다 모아놓은 휴가를 한번에 터뜨려 버릴 유럽 해외여행. 마치 어린아이가 숨박꼭질을 하듯 총 240일을 쪼개어 나만의 숨을 시간을 만들어 낸다는게 나에겐 은근한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시간을 달콤하다 여길 수 있는 건, 적당하게 소금간이 되어 있는 그 외 시간들이 있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수박에 왜 소금을 뿌려 먹는다고 생각하는가? 짠 맛이 강렬하게 내 미뢰세포를 때리면서 같이 들어온 단맛의 과즙을 더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내 현 회사생활을 본다면 짠 소금이 되어줄 것은 점점 스케줄표를 벗어나는 업무량과 나 자신 밖에 없다. 사람관계가 아직 짠맛으로 돌아오지 않음에 감사하며, 그 빈 자리를 나 스스로가 채우고 있는 것 같다는 자조(自嘲: 자기를 비웃음)와 자조(自照 : 자기를 관찰하고 반성함) 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월급은 '이번달에도 공연 보러 갈 수 있어'라고 던져주는 황홀한 미끼임과 동시에,

'받은 만큼의 능력이 너에게 있는게 맞아?'라며 따라오는 반성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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