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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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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잠 Jul 08. 2022

젖은 발자국

샤워를 하다

타일 틈 며칠 사이 몸을 키우고 있는 곰팡이를 본다


어쩌면

눅진한 방바닥 쿵큼한 이불에도

조금씩 자라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눅눅한 빨래에도 덜 마른 그릇에도

땀이 밴 소파의 쿠션에도 냉장고 옆 모서리에도

낡고 찐득한 베란다의 바닥에도

술과 악몽에 취해 땀 흘리는 내 몸에도

조금씩 자라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이 집도 나도 다 삼켜버릴지 모른다


그렇게 삼켜지면

강력한 곰팡이 제거제를

분신하듯 몸에 뿌려야겠지

그러면


살아지는 걸까

죽어지는 걸까


일과 더위에 지친 몸뚱이는

자라는 곰팡이를 등지고 물기를 닦는다

욕실 문을 닫아 버린다


눅진한 방바닥에

젖은 발자국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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