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의적 부(父)

아빠란 사람

by 하야
타의적 부(父)


"여기 불판 좀 갈아주세요!"


테이블마다 고기 익는 소리와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연신 튀었다.

나는 매캐한 연기 사이로 분주하게 테이블을 오갔다.

내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입학 축하한다."

평범해 보이는 아빠가

딸의 대학 입학을 축하하며 고기를 구워주고 있었다.

앞치마 주머니 속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아빠에게서 문자가 왔다.

낯선 번호였다.

"아빠다ㅡ 발신 정지됬다ㅡ. 전화 좀 걸어바"

본인 명의의 휴대폰도 정상적으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내 아빠였다.




작고 어린 나는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책임감 없는 삶은

내 눈높이보다도 작았다.


아빠란 사람은 존재했지만, 정작 내가 정서적으로 필요할 때는 곁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 그가 나를 찾는 순간은 돈이 떨어졌을 때였다. 경제적으로 무능했던 아빠는 할아버지에게서 마치 벼룩의 간을 빼먹듯 돈을 뜯어갔다. 그것도 직접 요청하지 못하고 나를 이용해 할아버지에게 돈을 받아주길 시켰다. 명절에도 볼까 말까 한 아빠는, 오히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퍼붓는 험담 속에서 더 선명하게 그려졌다. 아빠는 폭력적인 사람도 아니었고, 나에게 직접적으로 나쁘게 군 적도 없었다. 그래서 더 헷갈렸다. 천성이 악한 사람은 아닌데, 삶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다. 자신의 삶도, 가정도, 딸도.


무책임이 습관이었던 아빠의 카드빚이 엄마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 무게가 무거워 엄마는 결국 길을 잃었고, 아빠는 ‘비동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는 있었다. 과도한 음주, 일 없이 방황하는 삶... 엄마의 죽음 이후, 스스로를 벌하듯 자발적인 타락을 선택한 게 아닐까.

아빠와 나 사이에는 말하지 못한 엄마의 흔적이 조용히 쌓여 있었다.

그 흔적은 우리 사이에 놓인 무형의 벽처럼 남았다.




여름방학이면 할머니에게 등 떠밀려 아빠를 만나러 가곤 했다.

하루는 아빠가 멀끔한 옷차림을 하고 손엔 새로 산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어디서 그런 돈이 생겼는지 묻기도 전에, 그는 나를 담아주겠다며 해수욕장으로 이끌었다.

짠 바람이 코끝을 간질이고, 햇살은 눈부셨다.

파도 소리 너머로 "저기에 서봐, 웃어봐." 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제도 아빠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는데...'


바닷바람은 유난히 선명하게 내 얼굴을 스쳤다.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나마

혈육이라는 이유로.

나는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마치 그 순간을 붙들기라도 하듯,

아빠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바다 바람을 가르며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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