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애비랑 똑같다."

도려내고 싶은 흔적

by 하야
아빠와 단칸방


"끼익-"


불투명한 유리 미닫이문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렸다. 퀴퀴한 냄새가 먼저 나를 맞았다. 불빛에 놀란 바퀴벌레들이 허둥지둥 어둠 속으로 제 몸을 숨겼다.


아빠는 여전히 단칸방에 갇혀있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그 방은 아니었지만, 들어서면 이상하게도 마음에 남긴 상실의 감각은 그대로였다. 단칸방은 아빠가 벗어나지 못한 무능의 자취이기도 했다.


여름방학이면 나는 그 좁고 눅눅한 방에 들어가야 할 걸 알면서도, 아빠를 다시 믿어보려 했다. 방에서 어둠과 한 몸이 되어, 작은 컴퓨터 모니터 불빛에 얼굴을 묻은 채 아빠를 기다렸다.


"오늘은 일찍 들어올게."

늘 그렇게 말했지만, 아빠는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새벽 한두 시가 다 돼서야 오거나 아니면, 아예 오지 않았다.




'역시.. 또 믿는 게 아니었어.'



아빠 닮았다.


"지 애비랑 똑같다."


우리 집에서 “아빠 닮았다.”라는 말은 결코 좋은 뜻이 아니었다. 그 말은 축복이 아닌 저주였고, 칭찬이 아닌 낙인이었다. 그 안에는 '어쩜 그리 네 애비의 구제 불능인 점까지 쏙 빼닮았느냐'는 할머니의 가시 돋친 경멸이 담겨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아빠는 무능했고, 책임감이 없었으며, 결국 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를 닮았다는 말은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모욕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서 아빠를 지워내기로 결심했다. 호탕하게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아빠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은 날부터, 나는 입을 틀어막고 소리 없이 웃는 법을 연습했다. 팔자걸음으로 걷는 뒷모습이 영락없는 아빠라는 할아버지의 지적에, 나는 의식적으로 등을 꼿꼿이 세우고 일자로 걸었다. 외모, 행동, 성격, 말투까지. 내 안에 아빠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보일 때면 면도날로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그것을 파내고 지워냈다. 4살 때 엄마를 잃은 나에게,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내 안의 '아빠'를 죽이는 것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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