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처럼 맴도는 공허

경계선 위의 나

by 하야
흔적처럼 맴도는 공허


"교수님, 저 경계선 성격장애인가요?"


나는 교수님 연구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질문은 거칠었지만, 교수님은 놀라지 않으셨다. 오히려 다정한 눈빛으로 조용히 내 말을 들어주셨다.


"애착에서 비롯된 어려움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날 이후, 스스로에게 계속 묻기 시작했다.


'왜 나는 이토록 공허할까?'




지방의 한 심리치료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겉보기엔 평범한 대학생이었지만, 내면은 늘 삐걱거렸다. 관계에 있어 문제가 많았다. 사람을 흑과 백, 둘 중 하나로만 판단했다. 조금의 따뜻함에도 모든 걸 쏟아붓고, 단 하나의 실망엔 차가운 칼날처럼 등을 돌렸다. 이성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버림받을까 봐 두려웠다. 집착과 의심, 그 끝에 오는 파국.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매달리지만, 결국 그 두려움이 스스로 관계를 망가뜨렸다. 그러고 나면 또 후회했다. 혼자 남겨진 채, 어김없이 스스로를 혐오했다.


공허한 마음의 원인을 붙잡기 위해 불 꺼진 자취방에 대자로 누워 이어폰을 꽂았다. 먹먹한 어둠 속, 명상 음악을 틀었다.

그날따라, 익숙한 음성의 한 마디가 유난히 또렷하게 가슴을 때렸다.


"용서하세요."


그 한마디가 가슴 깊은 곳을 건드렸다.
타인을 향한 말이 아니었다.

세상을 향한 것도 아니었다.


내 안의 오래된 흔적,

이름조차 똑바로 부르지 못한 존재가 떠올랐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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