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흔적
낡은 단칸방 앞, 무겁게 닫힌 문을 사이에 두고
소방대원들이 숨을 골랐다.
신고자는 '문을 열 수 없다'고 했다.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안에 아이와 엄마가 있다는 거죠?"
"네. 근데... 대답이 없어요."
쇠지렛대가 걸리고,
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비틀렸다.
방 안은 조용했다.
그리고 바닥엔 엄마를 올려다보며
식은 채 웅크려 있던 작은 아이.
뜨거운 눈물만 흘리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나는 단칸방에서 살아남은 아이다.
엄마의 얼굴은 흐릿하지만,
그 속에 깃든 우울한 그림자는
여전히 선명하게 떠오른다.
어릴 적 엄마, 아빠, 나
세 가족은 작은 단칸방에 살았다.
방 한구석에서 엄마는 우울한 표정으로
내가 귀찮은 듯 긴 베개로
나를 모퉁이에 가두었다.
나는 울면서 간절히 꺼내 달라 애원했지만,
엄마는 무기력한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이미 깊은 어둠 속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았다.
낡은 단칸방엔 다락방이 있었다.
그곳에서
엄마는 목을 매달았다.
아직 세상을 다 이해하지 못한
네 살의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지만,
엄마의 눈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 눈은
마치
말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슬픔을 품은 듯
깊고 애처로웠다.
미처 다 못 건넨 사랑이 너무 많다는
자책과 미련이 떨리는 눈동자에 맺혀있었다.
슬픔에 잠긴 눈빛은 나를 바라보면서도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는 듯했다.
엄마는 힘없이 축 늘어진 채
천천히 생명의 끈을 놓아가고 있었다.
축 늘어진 몸엔 말할 수 없는 쓸쓸함이 서려 있었다.
“엄마, 엄마…”
목이 터져라 부르며
콧물과 눈물이 뒤섞여 내 얼굴을 뒤덮었다.
숨이 막혀 울음은 갈라졌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끊어질 듯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그 절박한 목소리는
차가운 단칸방 안에서 메아리쳤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알루미늄 현관문의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
주황색 형체가 아른거렸고,
곧이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어른들이 다급히 뛰어들었다.
그 순간부터 내 기억은 멀어졌다.
어린 나는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왜 엄마가 떠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미워서였을까. 내가 싫어서였을까.
답 없는 질문들이 내 마음을 짓눌렀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엄마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었다.
텅 빈 단칸방 안에서
죽어가는 엄마와 단둘이 남겨진 그 시간,
나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몸을 떨었다.
숨을 쉴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절망이 번져갔다.
“트라우마의 지연된 인지”
(Delayed Trauma Processing)
어린 시절 겪은 심각한 외상 사건은 당시에는 인지 능력이나 정서적 언어가 부족해 정확히 이해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고 인지·정서 발달이 이뤄진 후에 사건의 의미를 재구성하게 된다. 이때 비로소 “그 일이 자살이었구나”라고 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되며, 이는 2차 트라우마처럼 작용된다.
나는 엄마가 남긴 침묵과 상실 위에서 자라야 했다.
그 고통은 마치 오래된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고, 그림자를 버릴 수 없었다.
단칸방, 어둠 속에서 살아남은 순간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마음속 흔적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 견디는 법을 익혔다.
모든 흔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 흔적 위에 나라는 사람이 서 있다.
나는 오늘도 흔적들과 함께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