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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Mar 20. 2019

공부안하고 커서 뭐될라고?

꼭 뭐가 되어야 하나요?

10살이 된 아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애엄마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소리죠.


"공부하지 마."


희안한건 아들도 이렇게 말하면 화를 낸다는 겁니다.

원래 어릴 때 아들은 아빠가 말하는 반대로 하잖아요.


짜증섞인 목소리로,

"할거야, 할거야. 공부할거야." 합니다.

엄마랑 할머니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죠.


사실 전 농담을 하는 것도, 아들을 떠보는 것도 아닙니다.

진심에서 하는 말이죠.

단지 앞에 아들이 아직 이해하지 못할 한 마디를 줄였을 뿐입니다.

'이유없이', '목적없이'...


저는 솔직히 목적없이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행운인지, 불행인지 컨설턴트라는 직업의 특수성과

뒤늦게 급속하게 성장한 호기심 덕분에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 하고 있습니다.

재미삼아, 영어와 중국어를 매일 공부하고 있구요.

책도 만화책, 두꺼운 책, 얇은 책, 고전, 베스트셀러 가리지 않고, 보고 싶은대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름의  공부하는 목적이 생기더군요.

솔직히 아무도 묻지 않지만,

(누가 마흔 중반의 남자에게 공부 왜 하냐고 묻겠습니까?)

만약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답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요.'


저는 학력고사 세대니까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렇게 연로하지 않습니다)

국, 영, 수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물론 제 기준입니다.


국어는 말과 글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학교 다닐때 아무리 국어 시험을 잘 봤어도,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열지 않는다면 내 세상 안에만 갇히는 거지요.

내가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한계가 있으니,

글이나 책을 통해 접촉하는 세상을 넓히고 이해하지 않는다면 국어공부는 무의미합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사람이 성장하는 것은 두 가지 경우뿐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책을 보거나."


영어는 국어 공부의 연장선상에 있지요.

범위를 넓히면 외국어가 되겠네요.

외국어를 공부하는 목적은 외국어를 세상을 더 이해하는 거지요.


수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은 사람이나 글을 통하지 않고 직접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왜 아침마다 조금씩 시간을 바꿔가면 굳이 해가 뜨는지,

비가 왜 오는지, 계절이 왜 바뀌는지.


"커서 뭐가 될라고 그리 공부를 안하냐?"

어렸을때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요렇게 답했을 겁니다.

"꼭 뭐가 되어야 하나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사람의 특권입니다."


아들이 앞으로 저랑 좀 더 친해지고,

제가 하는 말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을 즈음에

꼭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아들아. 아빠는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지금도 공부하고 있다.

 너도 니가 왜 공부를 하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좋은 대답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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