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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May 10. 2019

사표 던지기 전에 열어보아라(2)

사직서 투척하려고? 한 번 열어봐! - 두 번째 봉인해제

첫 번째 봉투를 열어보고 간신히 3년차 징크스를 넘었습니다. 2년이 지나 5년차, 또 다른 봉투가 필요한 때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봉투를 열었습니다.


[두 번째 봉인해제]

낮에는 현모양처, 밤에는 요부는 세상에 없다


옛 말은 대체로 옳다고 여기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은 말이 있습니다.

"낮에는 현모양처, 밤에는 요부"

이런 기대를 조금이라도 가지신 분이라면 보통 이성을 잘 사귀지 못합니다. 간혹 운이 좋아서 결혼을 하더라도 이 말을 계속 신봉한다면, 더 나아가 배우자에게 바라기까지 한다면, 비극은 피할 수 없습니다.


오랜만에 친구와 소주를 사이에 두고 앉았습니다.
"이혼하고 싶다."

"뭐가 문제야?"

"맞벌이는 아니더라도,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좀 돕고, 애들도 좀 잘 키우고, 내조도 좀..."

"에라이, 미친놈아!!!"


친구는 얼마 후 이혼했습니다. 친구는 아내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저 중에 하나라도 모자라면 불만이 생길테니 불화의 씨앗이 도처에 널린 상태에서 결혼생활을 한 거지요. 


회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내가 다니는 회사가 내게 현모양처이자 요부가 되어주길 바라는 순간 갈등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물론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를 친정간 아내없는 집처럼 여기시고, 사랑하다 못해 집착까지 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문제는 그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고,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회사가 나에게서 사랑을 거뒀을 때에도 회사를 향한 나의 사랑이 무조건일 수 있을까요?


그런데 정신줄 똑바로 잡고 조금만 생각해봐도 뻔한 이 이야기가 왜 많은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들까요? 특히 이런 착각은 우리나라의 기성세대가 유독 심합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고속 경제발전을 하면서 우리나라는 경제모델의 많은 부분을 일본에서 가져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는 가정'이라는 일본식 사고도 같이 차용하게 됩니다. 이 체계에서 근로자들은 직장에 대해 가정과 다름없는 애정을 갖고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힘을 합쳐 노력합니다. 회사도 집안이 어렵다고 가정에서 아이를 내다 버리지 않듯 용서할수 없을만큼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직원을 해고시키지 않고 평생 고용을 보장합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가 집(사택)도 제공하고 취미생활(동호회)까지 책임집니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죠. 

문제는 더 이상 이런 체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IMF사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미 많은 변화가 있었죠. 이제는 '종신고용'이라는 단어조차 사라져가는 형편이죠. 이런 상황인데 회사에,


회사야! 인생의 의미를 내 놓고, 재미도 일단 줘 보고, 돈은 최대한 많이 주라

이런 생각으로 회사를 다닌다면 하루에도 Million, Million 때려치고 싶지 않을까요. 그 친구에게 술에 먹히기 전에 정신을 부여잡고 해줬던 말이 있습니다.


"마눌님께 원하는 딱 한가지 역할을 정해. 그게 되면 그냥 고맙게 생각하고 살어"


저는 마눌님께 몰래 이사만 가지 않는 것으로 협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어미니와 통화하면 너무 고맙고, 직장 때려친다는 말없이 묵묵히 출근하는 뒷모습만 봐도 아름답습니다. 

회사도 다를 것 없지요. 월급 받아 내 생활 유지하는 것을 회사에 바란다면, 다른 것은 다 고맙게 생각하면 됩니다. 교육 보내줘서 고맙고, 가끔 일로 인한 성취감을 느끼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설령 언젠가 달라진 이해관계로 갈라선다 할지라도 이런 마음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 일을 나설 수 있을 겁니다.


이름도 어려웠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일에 대한 관점을 정의한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을 '생업', '경력', '소명' 중 하나로 생각한답니다. 일을 이 중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일에서 얻고자 하는 것도 달라집니다.

'생업지향'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직업을 통한 다른 보상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경력지향'은 일을 출세나 성공의 수단으로 보는 것입니다. '소명지향'은 일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일을 통해 타인의 행복이나 가치를 추구합니다. 말로만 보면 생업지향보다 경력지향이 나아 보이고, 최종적으로는 소명지향을 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 가지 관점 중에 하나를 정하고, 그 외의 것이 주어지면 감사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월급이 적어 당장 먹고 살기도 빡빡한 사람에게 소명을 가지고 일하라 한다면 너무 가혹하지요. 호텔에서 비서로 시작했다가 은행 텔러를 거쳐, 국내 거대 증권사 임원이 된 여성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생계를 위해 취직을 했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꿈이 생겼습니다."


비기가 쓰인 종이의 뒷면에 누군가 휘갈겨 쓴 한 문장.


회사에 뭘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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