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를 쓰는 이유
“당신들만 보면 내가 속이 뒤틀려.”
“왜 그러실까요?”
“비싸잖아, 내가 이걸 몇 개 만들어 팔아야 당신 한달 줄 돈이 되는지 알아?”
“00000개입니다.“
살짝 당황하십니다.
“워낙 물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항상 준비해 옵니다. 호호호.”
일단 기선제압 성공!!!
“그런데 왜 저희를 부르셨어요?”
“답답해서, 내가 답답해서. 저 놈들 시켜 놓으니까 시간만 보내고 답이 안 나와.”
건너편에 앉아 있는 임원들을 째려보면 말씀하십니다.
“네. 그래서 저희 쓰시는 겁니다.”
여기에서 대화를 끝내면 계약은 당연히 꿈도 못 꾸고 다시 만날 기회도 얻을 수 없습니다. 재빠르게 다음 멘트를 쳐야 합니다.
“회장님, 비싼 저희를 쓰시는 궁극적인 이유는 ‘혁신’하기 위해서입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똑 같은 놈이구만.’ 이라는 눈빛이 돌아옵니다. 바로 이 순간 카운트펀치를 날려야 합니다. 주머니에서 비기 한 장을 꺼내 회장님 앞에 놓습니다. (구깃구깃할수록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단 내용이 좋아야죠. 내용이 구리면 죽는 겁니다. 일도 못하는 것이 예의도 없다고…)
“제일 왼쪽 그림을 보세요. 이게 회장님 직원들이 할 수 있고, 하는 일입니다. 보통 개선이라 부릅니다. 저희는 뭘 하느냐? 그 옆에 있는 일을 합니다. 지금 하시는 일을 잘 분석해서 통합하고 없앨 건 없애고 해서 최종적으로 표준화를 합니다. 그게 잘되면 저희는 인사 드리고 나갑니다. 그걸로 끝이냐? 그럴 거면 큰 돈 들여 프로젝트 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제일 오른쪽에 있는 걸 직원들이 만들어야 합니다. 이걸 혁신이라고 하죠.”
시큰둥하게 딴데 보고 계시던 눈동자가 집으로 돌아오는 느낌입니다.
"혁신은 남의 손을 빌려면 절대 불가능한 겁니다. 무조건 내 손으로 해야 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회장님 말씀대로 비싼 저희같은 컨설턴트를 쓰는 이유는,
우리가 혁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절대 컨설턴트에게 개선을 요구해서 본전 못뽑는 짓을 하셔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혁신을 해내라고 강요하셔도 안 됩니다."
참 조리있게 말 잘했죠? 하지만 그 회사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을 말했으나, 4가지 없게 말한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