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돌아왔다.
해가 지고 뜨는 광경을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태고의 첫 선조를 생각한다.
아마도 망연히 시간을 보내던 할 일 없는 이 중 하나였을 것이다.
시간과 날짜와 계절의 의미를 처음 만들게 된 것도 그저 우연에 지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시간의 흐름에 구획을 그어 꼭 구분해야 할 필연성은 없다.
따지고 보면 봄의 끝자락과 여름의 초입, 가을의 끝무렵과 겨울눈의 첫 날은 그리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럼에도 문명이 싹눈을 틔우던 그 무렵부터 사람들은 계절을 구획해왔다.
아주 오래도록 사람의 기억과 관념 속에 그어져 견고하게 뿌리내린 경계선이다.
때문에 계절이 바뀔 때 우리는 몸이 느끼기 전에 마음으로 시간이 흘러버렸음을 깨닫는다.
웃옷을 짧게 갈아입기 전에 달력을 먼저 보며 싸늘한 가을비에 옛 추억을 떠올려 버린다.
그렇기에 환절기는 해와 지구의 궤도이기 이전에 관념이며, 공기와 바다의 대류 이전에 생각의 경계선상에 있다.
때로 기후가 이상하다거나 환경이 변했다는 말도 사람의 고정된 관념에 불과하다.
지구의 까마득한 시간 속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계절 따위는 없었던 시절이 더욱 길고 지금의 변화가 오히려 옛 모습에 가까울수도 있다.
단지 지금에 적응한 인간에게 위기와 불편과 재난이 찾아올 뿐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선 채 아주 오래 전 계절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을 때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