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시작점은 항상 긴장된 순간이다.
문자가 만들어진 태고의 시대 이래, 사람은 글을 써 왔다.
때로 석판에, 혹은 죽간에, 가끔 가죽에 문자를 새기던 그 어떤 이도 처음에는 서툴렀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남아 우리가 읽는 옛 유물이 보여주는 역사 속 기록이 그렇다.
처음 시작을 하게 되는 모든 일은 서투르고 긴장되며 미지의 순간이다.
창고의 기록을 남기던 수메르의 필경사도, 영웅의 서사를 대나무에 새기던 주나라의 사서도, 신의 경전을 양피지에 남기던 중세의 수도사도 첫 문장을 앞두고 두려움에 잠겼다.
그 당시는 기록물이 귀하고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시절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이제 누구나 글을 쓰고 펼쳐내는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아직 문장을 써내는 일은 두려운 일이다.
문장 하나에 평판과 목숨마저 잃는 사건은 옛 봉건시대의 일만이 아니다.
첫 문장은 여전히 서투르고 긴장되며 미지의 새 영역으로 들어서는 문이다.
생의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실로 긴장된 시작점에 선 채 한 줄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