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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Aug 30. 2018

잊혀지다

에세이-데이트랜드

다른 이에게 기억되며 사람은 살아간다.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는 함께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이다.

우리에게 어떤 이가 함께 했던 기억은 그 이가 지닌 삶의 한 부분이다.

오직 타인에게 기억되고 기억하는 일만이 사람이 인간의 세상에서 지닐 수 있는 의미다.


누군가를 사랑했고 증오했으며 때로 싸웠던 모든 일은 기억될 때만 가치를 지닌다.

그 어떤 사건이 있었더라도 이제와 잊혀진 일은 당신의 생과 상관없는 기억이 된다.

그래서 사람은 타인에게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쓰며 전달한다.


편지를 쓰고 대화를 나누며 선물을 주고받는 모든 일이 그렇다.

그럼에도 생은 길고 당신은 타인과 상관없이 살아가야 하기에 결국 잊고 잊혀질 것이다.

생애를 불사를 것 같던 연정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문득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해 주고 받았던 편지 하나를 보다 잊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 기억이 잊혀진 만큼 생의 한 부분도 사라진 것이다.


다른 이에게도 잊혀졌을 기억을 생각하며 슬픔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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