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위기가 다가올 때 사람은 도망가고 싶어진다.
도망의 어감은 나쁘지만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주 오래 전, 고원에서 막 내려와 이 넓은 대지 위를 밟기 시작했을 때부터 인간은 해결할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해왔다.
문득 천공에서 번갯불이 떨어지고 갑자기 폭우와 가뭄이 땅 위를 뒤덮으며 어느 순간 맹수가 밀어 닥친다.
우리는 모두 위기 앞에서 잘 도주해온 선조의 후예다.
하지만 가끔 도망쳐야 할 때 도망치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혹시나 이겨낼 수 있을까 도전한 사람들이나 대부분 죽음을 맞이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간혹 살아난 이들이 있다.
위기와 장벽 앞에서 물러나지 않고 맞섰던 이들이다.
그들 중 또한 극소수가 이 세상을 바꿔왔다.
생은 단 한 번 뿐이지만 아주 긴 역사 속에서 보면 혈맥과 유전의 기나긴 여행이기도 하다.
위기 앞에서 살아남아 굴욕적인 삶의 시간을 보내는 대신 아주 긴 여행을 계속할지, 혹은 생명을 걸고 맞설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다만 그 결과도 오롯이 당신이 가져가게 될 것이다.
문득 찾아온 위기 앞에서 망설이며 선택의 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