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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Oct 10. 2018

옷장

에세이-데이트랜드

옷장을 열다가 문득 낯선 옷을 보았다.


어렸을 때 옷은 어른이 사주는 것이었다.

가끔은 진열대에 놓인 예쁜 옷을 사달라고 조르다 거절당했을 때는 하루가 침울했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바라는 옷을 마음대로 살거라 다짐하곤 했다.


자란 후에 옷을 스스로 살 수 있게 된 뒤에도 마음대로 살 수는 없었다.

때로 돈이 부족했고, 자주 마음에 드는 옷이 없었고, 가끔은 연인이나 가족이 취향을 강요하곤 했다.

간혹 마음에 딱 맞는 옷을 발견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하루를 사로잡았다.


이 옷은 그 중 언제 샀던 옷일까.

선택하고 싶지 않았지만 계절 때문에 골랐던 옷일수도, 옛 연인이 강요해서 샀다가 집어넣고 보지 않았던 옷일수도, 혹은 어른이 되기 직전 선물 받았던 옷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 옷에 잊어버린 옛 기억이 함께 담겨있을 것만은 분명하다.


옷장 속 낯선 옷을 보다 옛 기억을 반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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