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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Oct 11. 2018

담다

에세이-데이트랜드

마음을 담는 그릇이 있다면 어떨까.


보이는 것을 무엇인가에 기대어 담으며 우리는 살아간다.

먹을 것을 그릇에 담고 소유한 것을 집과 차에 담으며 때로 거취를 공동체에 담아 몸을 기댄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어딘가에 담기 어렵다.


그렇기에 마음처럼 형체 없는 것은 전달하기 어렵다.

가끔 표정에 의지하고, 종종 언어에 기대며, 자주 문자와 매체를 통해 이야기를 건네지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음식을 그릇에 오롯이 담을 때처럼 마음을 담을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마음은 마치 이지러진 거울 같아 왜곡된다.

타인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끔 오해하여 오히려 소통하지 않았던 것보다 못하게 될 때도 있다.

가끔은 자신조차도 스스로의 마음을 잘못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문득 이해받지 못하는 마음을 안고 괴로워할 때 드는 부질없는 생각이다.

인간은 영원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다만 서로 똑같은 결과를 맞이한다는 점에서 공감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열망은 때로 참기 어렵다.


마음을 온전히 담는 그릇을 바라며 소통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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