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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Nov 28. 2018

십일월

에세이-데이트랜드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계절이 찾아왔다.


시작의 시간과 달리 종국의 나날은 쓸쓸하고 처연하다.

끝이 한 발씩 다가오는 게 눈에 보일 때마다 이루지 못한 회한이 밀려온다.

문득 시려 팔을 접었을 때 차가운 공기가 숨결을 흐리게 만든다.


벌써 일년이 지나고 새로이 시작했던 일들은 끝날 때가 되어 간다.

만나야 했던 사람도, 만나기 싫었던 사람도 겨울과 함께 보내야 하는 계절이다.

눈 한 번 깜박이는 사이 세월이 흐르는 게 어른이 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불현듯 돌이킬 수 없는 생의 비애를 떠올릴 때가 이런 순간이다.

갈 길은 아직 멀고 온 길은 후회로 가득해 단 하루라도 다시 살고 싶어진다.

허나 마지막 눈을 감기 전 이 시간을 돌아본다면 또 어떨까.


후회는 그때도 다시 돌이킬 수 없어 무상할 것이다.


이 순간, 문득 떠오른 십일월의 해를 섬연히 보다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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