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5

연재웹소설-1. 펌 (5)

by 기신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1. 펌(FIRM) (5)


1.jpg



백금그룹.


이 촌스러운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내 품격이 한 단계 내려가는 것을 느낀다.

GL라든가 KS라든가 영문 이니셜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아직도 이런 촌스러운 이름이라니 정말 고루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촌스러운 이름을 지닌 기업집단은 한국의 10대 그룹 중 하나의 위치를 40여년 간 지켜온 전통있는 대기업을 의미하기도 하지.


자산 규모로는 100조에 달하는 내실있는 초대형 재벌이 백금그룹이다.

나는 바로 그 재벌의 상속분쟁을 이 펌에 가져올 수 있다.


“뭐라고?”


중앙 면접관의 동공이 일 순간에 확대된다.

경악해 소리를 지른 쪽은 최우측 면접관이다.

좌측 면접관은 반쯤 일어서려다 주저앉고 나머지 두 사람도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한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나는 30분 동안 이 자리에 앉아 있었던 거지.


애초부터 승부수가 없다면 이런 자리에 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승부수가 있더라도 적합한 타이밍에 꺼내지 못한다면 승부는 오히려 뒤집히기 마련이다.


100조의 대기업이 걸려 있는 상속 분쟁.

결국 상속 대상은 기업 그 자체가 아니라 주식과 토지, 개인 자산이지만 그렇다 해도 걸려 있는 금액은 수조 원 대를 넘어선다.

그 중 일부만 소송대리를 하더라도 소가도, 수임료도, 성공 보수도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같은 불황이 아니라도, 대형 펌이라 해도 숨막히는 ‘딜(Deal)’일 것이다.


바로 그 ‘딜’을 우습게 보이는 로스쿨 출신의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신입 변호사가 들고 왔다.

지금까지의 저평가를 한 순간에 뒤집을 수 있는 한 수다.


“농담하는 거요?”


중앙 면접관의 미간이 좁혀졌다.

물론 나는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농담이나 하러 이 로펙까지 온 것은 아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진담입니다.”

“대체 어떻게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까? 아니, 그 전에 유 변호사는 백금그룹과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거요?”

“백금그룹의 고(故) 김순희 회장님이 제 할머니죠.”


상속 분쟁에 끼어들 수 있는 방법은 한정되어 있다.

상속인과 아주 가까운 사이거나, 혹은 상속인이거나, 아니면 상속인의 채권자인 경우다.

나는 3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제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민법 제1001조에 따르면 저와 제 어머니는 대습상속자죠. 물론 할머니께서는 제 아버지에게 그리 많은 상속분을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직계 상속자 중에 저에게 직접 법적 조력을 받고 있는 분이 있죠.”


직계 상속인과 아주 가깝고, 아버지의 혈연을 통해 대습 상속자이며,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직계 상속인은 내게 ‘빚’을 지고 있다.


면접관들이 서로 쳐다보며 눈빛을 빠르게 나누는 게 보인다.


지금까지 나는 이 펌의 변호사들에게 전혀 특별한 자가 아니었지.

하지만 이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물론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재벌 패밀리라는 것은 법조인들에게 별로 큰 의미는 아니야.

법조인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는 의사결정권자이지 그들의 가족은 아니기 때문이지.

하지만 지금 나는 단순한 재벌 일가의 직계가 아니라 최소 소가 수백억 짜리 소송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애송이다.


게다가 소송 추이에 따라서는 백금그룹이 로펙의 고객이 될 수도 있다.



작가의 말 : 물론 네레이터는이렇게 돌아서 올라가야 하는 금수저입니다.
네레이터가 완벽한 금수저라면, 이렇게 자신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1주 1회 연재 목표였는데, 조금 늦어졌네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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