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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신의 "하루단상"
평온(겨울밤)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Jan 14. 2020
일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 평온하다.
일터를 나서는 문의 추위도, 지하철에 앉아 음악을 듣다 받는 방해도, 빨리 걷지 않으면 치이고 마는 길거리도 고요하게 느껴진다.
종일 말과 문서와 논쟁으로 찢겨진 마음과 무거운 몸을 안고 간신히 귀로에 들어선 탓이다.
졸음에 겨워 눈을 깜박거리는 이들이 함께 이 길 위를 걷고 있다.
문득 모두가 길에서 멈춰버린다면 얼마나 고요할지 생각했다.
이렇게 일에서 벗어나는 것도 평화롭고 편안한데, 언제나 일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생이 끝을 맺는다면 어떨까.
불현듯 걸음이 멈췄다.
죽음이 영원한 휴식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어쩐지 알 것 같았다.
결국에 삶은 지난하고 힘겨우며 소란스런 걸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울 흘러 내렸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평온한 길, 문득 생의 한 단면을 엿보았다.
그럼에도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발을 내딛는다.
겨울밤의 평온한 길 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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