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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신의 "하루단상"
가로수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Jan 15. 2020
길가에 가로수가 초라히 서 있다.
문명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는 길이다.
짐승과 야만의 세상에는 길이 굳이 필요없기에 문명인만이 길을 닦고 관리하며 오간다.
정보와 물자와 사람이 유통하는 인세의 혈맥이 바로 길이다.
길의 필수 요소는 잘 닦인 바닥과 안전이다.
두 가지가 충족되면 다른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요소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자주 오가다보면 문득 인공의 길 위에 뭔가 생기를 불어넣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돌을 깨고 흙을 다시 부어 나무를 심기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잠시나마 가로수가 드리운 살아있는 잎을 보며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인공의 문명 밖에는 거대한 자연이 살아있음을 잠시나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미 겨울이라 화사하던 잎은 사라지고 앙상하게 알몸을 드러낸 광경을 문득 본다.
다시 봄날이 도래할 날을 기다리며 가로수는 초라히 서 세월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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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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