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꽁트
지도_지도 안에는 세계가 있다고 스승은 말했다.
살아있는 존재는 모두 땅 위에서 태어나 살아가다가 죽는다.
그렇기에 땅의 위치와 산맥의 지세와 강줄기가 바다와 만나는 지점을 모사한 이 평면의 그림은 지성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인간이 이해하기 위한 첩경이다.
아주 먼 태고의 시절 이 대륙으로 넘어온 이민족의 후예인 구륜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게이아’라고 불리우는 대지 위에 도래한지 쳔년, 아직도 대륙인은 구륜의 종족을 이방인으로 여긴다.
대양을 건너는 기술을 잊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신족’에게 이 세상은 항상 가혹했다.
아직까지도 고족의 나라가 ‘고신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은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영마’를 다루는 유일한 인간족인 고신족이 말과 함께 누벼온 세상을 구륜은 지도를 통해 본다.
지도의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던 시절부터 그때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지금의 변천을 상상한다.
이 지도에 그려진 실제의 현실이 얼마나 뜨겁게 충돌하고 있을지 생각한다.
문득 한 지점을 짚었을 때, 구륜은 미간을 찡그렸다.
북방 끄트머리에 자리한 궁벽한 곳이다.
춥고, 어둡고, 심지어 사람도 별로 없을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장소다.
바로, 고신제국의 초보 십인장 구륜이 파견되어야 할 장소이기도 했다.
지도 안에는 거대한 세계가 그려져 있었지만 구륜이 가야 할 곳은 고작 궁벽한 한 곳에 불과하다.
스승의 말대로 지도는 단지 그림일 뿐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