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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웹소설 단편-원포인트 꽁트

by 기신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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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는 허리케인이 몰아친다.

이것을 나비효과라고 한다.


아직 뉴욕이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허드슨이 니우 암스테르담을 세우기도 전부터

북경에는 수많은 꽃이 있었고 꽃들을 따라다니는 수없는 나비도 있었다.


그 수백, 수천, 수만의 나비들이 날갯짓한 바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녀는 건청궁 안을 종종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그녀는 황제의 근시로 그날 아침 차를 올려야 할 책무를 지녔다.

황제의 연호는 만력이라 했다.


건청궁은 넓었고 그녀는 예법상 달릴 수 없었으며 시간은 촉박했다.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이는 황궁이건만 오히려 그렇기에 모든 것은 정확하게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건청궁의 정전에 들어설 무렵,

궁녀는 태후의 화원을 가로지르게 되었다.


북경은 영락제가 궁을 세운 이래 척박하고 황량하기로 유명한 도시였다.

삭막한 고비의 바람이 봄과 가을을 덮는 이 도시에 유일하게 꽃을 알아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태후가 키우는 꽃들이 숨쉬는 곳,

건청궁의 화원 뿐이었다.

수없이 흐드러진 노란 모란을 보며 궁녀는 잠깐동안 아련한 기분에 빠졌다.


어느새 봄이다.

바삐 돌아가는 궁 생활에 잊고 있었던 꽃내음이 콧속을 적셔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피어오르지 않았던 꽃들이 활짝 피어오른 것이다.

궁녀는 자신의 책무조차 잊고 한 걸음 화원 속으로 발을 디밀었다.


그 중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모란 한 송이가 궁녀의 시선을 끌었다.


노란 모란 위에는 새빨간 나비 한 마리가 살포시 앉아있었다.

노랑과 빨강의 대비가 마치 왕관 위에 붉은 홍옥이 덧붙여진 듯 황홀했다.

갖고 싶다.


자신도 모르게 궁녀의 손이 모란을 향해,

혹은 나비를 향해 다가갔다.


궁녀의 가는 손가락은 화원의 꽃 사이에서 한 줄기 상아젓가락 같았다.

손가락이 닿을 순간, 문득 나비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푸드득!


붉은 나비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노란 모란은 몸을 떨었다.

궁녀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두 가지 중죄를 저질렀다.

하나는 태후의 화원에 함부로 들어온 죄,

다른 하나는 황제의 책무를 게을리 한 죄.


궁녀는 급히 화원을 빠져나와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도 그날 따라 아무도 근처에 없었다. 궁녀는 다시 종종걸음으로 황궁의 정전 안을 향했다.


그러나 이미 나비는 날갯짓을 한 뒤다.


피처럼 붉은 나비의 날갯바람은 북경의 삭막한 칼날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갔다.

아무리 온화한 바람이 불더라도 북경은 그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이미 척박한 도시다.

거기에 삭막한 삭풍까지 불어들면 사람들이 견딜 재간이 없다.

사람들은 바람을 외면했고 고개를 숙여 바람과 맞서지 않으려 애썼다.


그것은 북경 시내에서 경단을 사먹는 꼬마아이와 아이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때로 삭풍이 시내 중심가로 내려설 경우가 있다.

날갯바람은 삭풍과 함께 북경의 중심가로 들어섰다.

경단을 파먹던 꼬마아이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삭막한 삭풍 안에서 아이는 난생 처음 다른 것을 느꼈다.


“아버지, 꽃향기에요!”


자신도 모르게 꼬마아이는 탄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아버지는 바람을 마주할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았고 북경에 곷이 없다는 것을 알 정도로 현명한 어른이었다.

따라서 아버지는 콧방귀를 뀌며 아이의 소매를 끌었다.


“여기에 무슨 꽃이냐? 멍청한 소리!”

“하지만…….”


아이는 아버지에게도 꽃 향기를 맛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바람은 한 곳에 머물지 않으며 향기 역시 마찬가지다.


나비의 날갯바람과 함께 향기는 다시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고 아이는 다시는 꽃향기를 찾지 못했다.


북경에서는 서쪽을 향해 부는 바람이 있다.

이 바람을 타고 수많은 승려들이 서역과 천축으로 구법을 위해 여행을 떠나며 무수한 유목민이 풀을 찾아 질주한다.

날갯바람도 이 바람을 타고, 혹은 이 바람과 함께 서로 향했다.


바람은 황하의 뱃사공을 물에 빠지게 만들기도 했고,

포달랍궁의 졸던 라마승을 깨우기도 했으며,

무굴과 페르시아의 전쟁통에 뛰어들어 갈 길을 잠시 잃기도 했다.


때로 힘을 잃어 바그다드의 하렘에서 쉬기도 했으며

이스탄불의 금각만을 지나며 무역선을 밀어줄 때도 있었다.

가끔은 마녀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독일의 유황 내음나는 화형대를 지난 적도 있었고,

위그노와 가톨릭 연맹이 부딪치던 쿠르주를 지나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나중에 들려줄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바람은 나이를 먹지 않으며 멈추지도 않는다.


마침내 날갯바람은 북해의 차가운 바다 위에 다다랐다.


바닷물의 습기와 차가운 대기가 날갯바람에 기세를 더했다.

지금까지 날갯바람이 거쳐온 수없는 대지의 기류와 방향성이 힘을 주었다.

날갯바람은 마치 자기 보금자리를 찾은 듯 팽글팽글 돌기 시작했다.

바람이 돌기 시작하자 주위의 공기가 다시 몰려들고 북해의 습기가 그 속도를 배가시켰다.


마침내 날갯바람은 폭풍이 되었다.


폭풍이 북해에서 일어났을 때 북해는 빈 바다가 아니었다.

북해를 오가던 한자의 무역선과 청어잡이에 나섰던 젤란트의 어선은 일찌감치 폭풍을 피해 항으로 들어간 뒤였다.

그러나 북해에 사람들이 없을 리는 없었다.

오히려 평소와 비교할 수도 없는 거선과 수없는 사람들이 바다 위에서 득실거렸다.

수백 척의 함대와 함대, 수 만명의 선원과 군인이 북해 한 가운데서 대치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잉글랜드와 에스파냐의 함대가 서로 만난 순간이었다.

두 함대는 양대 왕국의 운명 뿐만이 아니라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

나아가 프랑스의 왕위와 잉글랜드의 존립, 네덜란드의 독립과 유럽 대륙의 운명을 둘러싼 대립에 싸여 있었다.

어쩌면 이 싸움에서 승리한 자가 향후 천 년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


문자 그대로 역사를 결정하는 전투. 그곳에 폭풍이 도래했다.


처음 폭풍의 전조를 본 것은 잉글랜드의 한 선원이었다.

북해 해역에 밝았던 선원은 하늘의 움직임만 보고도 미친 폭풍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선원의 비명과 함께 잉글랜드 함대는 급히 기수를 돌렸다.

수백척의 범선이 일제히 돛을 트는 장면은 가히 천사들의 날개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따뜻한 지중해에서 살아온 에스파냐의 선원과 기사들은 갑작스런 잉글랜드의 호들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저들은 무엇이 두려워 도망치는 것일까.

기함에서 제독과 함장들이 토론을 벌였다.

저들의 포탄이 다 떨어진 것은 아닐까?

어쩌면 신실한 가톨릭 신도가 선상반란을 일으킨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이것은 신께서 내린 기회다.


그렇다. 신이 우리에게 승리의 기적을 내려주셨다!


에스파냐함대는 일제히 앞을 향해 진군했다.

그리고 폭풍이 밀어닥쳤다.


젊은 기사는 꿈이 있었다.

그의 고향은 꽃이 만발한 발렌시아의 항구도시다.

그곳에는 그의 친구들과 가족과 영지의 백성과, 무엇보다도 약혼녀가 있었다.


젊은 기사는 공훈을 세우고 싶었다.

연전에 있었던 레판토의 승리를 항상 새기며 살아온 그였다.

어려서 영광스러운 성전에 참전하지 못했던 게 늘 한스러웠다.


젊은 기사는 약혼녀를 빛내주고 싶었다.

영광의 공훈을 세우고 청혼해 눈부신 5월의 신부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이곳에 왔고 배 위에 섰다.


그의 눈앞에 미친 폭풍이 춤추고 있었다.

폭풍의 기세는 배를 뒤집고 돛을 부러뜨렸다.

성채 같던 갈레온도, 거대한 겔리도 폭풍 앞에서 무력했다.


동료들은 신이 벌을 내리셨다며 울부짖었고 선원들은 미친 듯이 돛줄을 조정하며 살아남으려 애썼다.

젊은 기사는 멍하니 눈앞의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보았다.

그 모든 것은 꿈일까?

꿈도, 명예도, 사랑도 이 자리에서 모두 끝날까?


기사는 파도에 맞아 돛대에 처박혔다.

살기 위해 그는 뱃전을 붙들었다.

그러나 가물거리는 눈이 손에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그때 기사는 맡았다.

이 바다 위에 있을 리 없는 냄새를.


“꽃 향기……?”


기사는 눈을 깜박였다.

물론 바람은 거셌고 이름모를 꽃의 향기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발렌시아로 돌아가야 했다. 수많은 화환에 둘러싸인 결혼식을 마련해야 했다.

그곳에 서 있을 약혼녀의 곁으로 가야 했다.

그는 살아야 했다.


만약 배가 뒤집히지 않는다면 그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항로는 스코틀랜드를 돌아 북해를 한 바퀴 도는 일주 코스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람은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를 수 없었다.

바람은 언제나 멈추지 않으며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단지 앞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돌아와야 할 때다.


다시 북경을 보자.

궁녀는 황급히 달려가듯 걸어가 간신히 황제에게 차를 바치는 데 성공했다.

황제는 차를 받아들다 코를 벌름거렸다.


“에취!”


궁녀는 깜짝 놀랐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나비 날갯짓에 모란의 꽃가루가 묻어와 버린 것이다.

궁녀는 가벼운 벌을 받았고 황제는 그 날 감기에 걸렸다.


그리고 여전히 북경의 화원에서는 붉은 나비가 날개춤을 춘다.

자신의 날개춤이 무슨 일을 일으키든 상관하지 않는 채로.




- 3줄 요약 -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는 허리케인이 몰아친다. 이것을 나비효과라고 한다.
어느 날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 바람은 황궁을 돌아 북해로 태풍이 되어 몰아쳐 세상을 뒤집었다.
하지만 나비는 세상의 바람과 상관없이 여전히 날개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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