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세계파멸자 (1)
[웹소설-단편] 불테치노 사가 시리즈
<불테치노> - 세계파멸자 편 (1)
기신
세계파멸자1
“달려라, 적토!”
바람은 자유롭다.
니비루의 대초원은 거대하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거대한 초원 속, 쾌속하게 질주하는 두 사람이 있다.
너무도 빨라 자유롭고, 너무도 빨라 더 없이 아름답다.
휘날리는 푸른 머리칼.
하늘빛으로 빛나는 눈.
인간과 똑같은 외모.
그러나 분명 인간이 아닌 존재.
인간이 아님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살아있는’ 강인함.
온몸이 사파이어빛 으로 뒤덮인 지성체.
모든 짐승의 먹이 사슬 가장 위에 선 최종 포식자.
‘아누’, 초원의 주인.
젊은 아누, 사핀은 초원 위를 영마 ‘적토’ 와 달리며 신나는 질주감을 만끽한다.
마수들이 대초원을 돌아다닐 한낮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누다.
오히려 마수야말로 그들을 보면 도망가려 할지도 모른다.
“사핀, 따라잡을 수 있겠냐?”
옆에서 달리는 숙부, 엘 마라가 갑자기 입을 연다.
입 꼬리를 슬쩍 들어올리는 게 아무래도 경주라도 하자는 모양이다.
사핀은 코웃음을 쳤다.
“하, 웃기지마! 마라야말로 날 잡을 수 있겠어? 나같이 팔팔한 아누 잡기엔 너무 늙은 거 아냐?”
“아주 자신만만하군. 좋아. 어디 달려보지. 목표는 저 놈들이다!”
초원 저 멀리 지평선 부근에 검은 사슴들이 보인다.
이건 단순한 경주가 아니다.
사냥이다.
사냥과 싸움은 아누의 삶 그 자체. 사핀은 영마의 갈기를 움켜쥔다.
“좋아, 누가 먼저 잡나 해보자!”
-잇히이이잉!
영마.
보통 팬텀-스티드라고 부르는 사역마다.
초원은 한 걸음 뗄 때마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가혹한 곳.
인간들이 길들인 보통의 말이라면 견뎌낼 수도 없다.
그래서 아누들이 ‘언령’으로 만든 것이 영마, 곧 ‘영혼의 말’이다.
아누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가 되면 스스로의 의지로 혼의 일부를 떼어 내 영마를 만들게 된다.
한 번 만들어진 영마는 영원히 아누들의 곁을 떠나지 않고 아누들이 소환할 때마다 모습을 나타내 아누와 함께 한다.
몸도, 정신도 영원히.
한 마디로 사핀의 영마 적토는 사핀 그 자체나 다름없다.
사핀의 혼 일부가 형상화되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적토다.
언령을 조금이라도 쓸 수 있는 아누는 누구나 다 영마 한 필씩은 지니고 다닌다.
언령에 의해 급가속된 영마의 고속질주를 따라올 자는 아무도 없다.
“적토! 급가속!”
사핀은 오른팔을 들며 ‘언령’을 영창한다.
붉은 갈기를 자랑하는 적토가 순식간에 더 빠르게, 소리보다도 빠르게 달린다.
동시에 팔에 새겨진 언령 문신이 금빛으로 빛난다.
아누는 언령의 종족.
그리고 언령은 의지로 세계를 변혁시키는 것.
곧, 절대적인 ‘자유 의지’ 그 자체다!
찰나 사이에 사핀은 초원에서 풀을 뜯는 검은 사슴 떼를 향해 달렸다.
순식간에 먼 거리를 좁히고 몸이 허공을 뛰어넘는다.
사핀의 두 팔은 사냥에 대한 기대로 생동한다.
검은 사슴들이 사핀의 출현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린다.
사슴들은 사핀을 보자 주춤거리더니 뒤로 돌아섰다.
그러나 적토와 함께하는 사핀은 그들보다 빠르다.
검은 사슴들의 눈이 붉게 물든다.
-키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