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웹썰

[웹소설] 세계파멸자 (2)

[웹소설-단편] 불테치노 사가 시리즈

by 기신

<불테치노> - 세계파멸자 편 (2)


기신


세계파멸자2


고구려의 사냥.jpg



순식간에 팽창하는 사슴의 몸.


작고 귀엽게 느껴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흉폭한 초원의 괴수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내려치는 거대한 뿔.


대초원에서 살아 숨쉬는 것 치고 순한 존재 따위는 없다.

애초에 순한 짐승은 대초원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암석이 바스라지고 풀은 먼지가 되는 거대한 일격. 사핀은 몸을 제쳐 피한 후 뿔을 그대로 손으로 잡는다. 보통 때라면 사핀의 힘으로 이 사슴을 제어할 수 없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두 팔은 용의 기세와 같고, 두 다리는 하늘신전의 기둥과 같으니!”


말의 힘, 곧 언령이 의지를 제어하고 의지는 육신을 구속해 그 한계를 뛰어넘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 사핀의 팔은 용의 기세와 같고 두 다리는 하늘 신전의 기둥, 곧 대산맥과 같다.


검은 사슴이 수십 배로 커져 날뛰고 채내의 마성을 폭발시킨다 해도 떨쳐버릴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의지로 세계를 변혁시키는 아누의 힘, 언령이다.


-키야아아아악!


이미 원래의 형체를 잃은 검은 사슴은 천지를 뒤흔들 기세로 흉폭하게 날뛰었다.

하긴 이쪽은 유희로 사냥하는 거고 그쪽은 목숨이 걸린 일이니 결사적으로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봐준다면 그건 아누가 아니다.

아누는 절대 자유를 추구하는 만큼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이기주의자들.

사핀은 성질이 좀 좋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사냥이라면 더더욱 사정 봐주지 않는다.

사핀은 튕겨나가기 직전에 두 손을 꺾어 뿔을 분지르고 발로 걷어찬다.

검은 사슴은 뒤로 튕겨나가 구른다.

사핀이 왼손을 앞으로, 오른손을 뒤로, 언령을 외우며 달린다.


“내 ‘살’이 꿰뚫지 못하는 것은 없나니!”


은빛 문신에서 금속이 뿜어져 나온다.


찬란한 은빛의 금속, ‘진은’ 혹은 ‘쿠기'.

아누의 몸에서 생성되어 문신처럼 새겨지고, 의지에 반응하며 의지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금속이다.


사핀은 재빨리 진은에 의지를 집중시켰다.

사핀의 의지가 진은에 다다르자 진은은 살아있는 듯 요동치더니 순식간에 활로 변했다.

오직 대초원의 아누들만이 쓸 수 있는 진은 병기. 활시위도, 화살도 없다.

그러나 아누는 본래 의지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자들.


아누에게는 인간처럼 진리를 이용한 ‘마법’이나 수라처럼 예측 불가능한 ‘정령’의 파괴력은 없다.

그러나 아누의 ‘언령’은 의지로 기적을 일으킨다.


“가자, 바즈라!”


사핀의 몸 안에 흐르는 생체 전류가 스파크를 튕기며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사핀의 ‘자유 의지’가 제멋대로 날뛰는 생체 전류를 하나의 길로 모아 제어하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활시위도, 화살도 없던 진은의 활에 전류로 된 시위와 화살이 생겨났다.

왼손에는 세모꼴의 활이, 오른손에는 일직선의 전깃살이 들린다.


대초원의 아누들만이 쓸 수 있는 활, 뇌전의 활 틸문.


순간 뿔이 꺾인 검은 사슴이 사핀을 쳐다본다.

어떤 생명이든 죽기 전 보내는 눈빛은 처량하기 그지없다.

사핀은 아주 잠깐, 찰나의 시간동안 망설인다.

그 순간 어느새 나타난 마라가 활을 겨누며 외쳤다.


“안쥬!”





작가의 말 : 전편, 매거진 "웹썰"의 불테치노 사가-단편, '세계파멸자' (1)편에서 이어집니다.
새로운 추가 장기 연재는 힘든 상황이니, 캐릭터별로 단편을 통해 만나게 되실 이야기들입니다.
우선 세계파멸자 편부터 완성시켜 보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비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