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글과 함께 페어링 하기 좋은 음악
:: 알레프 (aleph) - 네가 사랑한 것들을 기억할게
약 두 달 전, 브런치 측에서 60일간 작가님의 글을 못 봤다는 알림이 떴다. 3월 말쯤 그런 알림이 울렸으니 지금 이 시점엔 글을 안 올린 지 90일이 훌쩍 넘었겠다. 핑계로 들릴 수 있겠지만 지난 3월을 시점으로 나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동시에 회사 취업도 했다. (입사 이틀 만에 코로나 양성 확진 판정받아서 자가격리도 하고) 모든 게 처음이었다. 대학원도 처음이었고 대학원을 가기 위해 걸어가는 길도 초행길이라 길치인 나에겐 한 달은 반복하니 겨우 지도를 보지 않고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다. 입사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땐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의 큰 틀은 파악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과 오만이었다. 날마다 주어지는 업무를 행하는 건 늘 새로운 느낌이다. 익숙지 않은 환경에 나를 끼워 맞추기 위해 아등바등 살다가 그새 회사,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집으로 바로 가는 날이 거의 드물 정도로 친구들을 무조건 만나는 일상을 보냈다. 원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직장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나도 어느샌가 불금, 불토를 외치고 있었다. 불금과 불토를 집에서만 보내면 허무할 것 같다는 생각에. 결론은 나한테 온전히 쏟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나의 내면에 더 집중하길 좋아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함에도 요즘 통 그러질 못하고 그렇게 하질 않으니 나도 모르게 많이 스트레스가 쌓여서 결국 몸이 나에게 메시지를 준 것 같다. (요즘엔 자도 자도 피곤하고 가위눌리는 일이 많아졌다.) 유일하게 내가 조금은 나한테 집중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은 하루의 시작과 끝에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내가 출퇴근을 할 때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좋아하게 된 어떤 계기라는 건 없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땐 부모님께서 몇 대의 자전거를 사주신 적이 있다. 잘 타고 다니는 와중에 동네마다 있는 자전거 도둑들 덕분에 자전거를 소유하는 행위에 대해서 어느 순간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생각으로 바뀌었다. 카페나 밥집에선 가방이나 핸드폰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워도 가져가지 않으면서 자전거는 왜들 그렇게 자물쇠를 끊어내고 자전거 바퀴를 가져가거나 통째로 가져가는지 앞과 뒤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인류애가 사라지기도 했다. (절도의 용기가 비교적 부족한 낮과 달리 밤엔 용기가 나나보다. 항상 자전거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 사실은 아침이었다.) 뭐 여하튼 더 상처받기 전에 자전거를 더 이상 소유하지 않겠노라고 마음먹은 그 계기는 늘 마음속에 품어왔다.
그래도 내가 성인이 된 이후,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따릉이 덕분에 어느 순간 어떤 물건을 소유하지 않아도 내가 충분히 누리고 만끽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쩌면 내가 자전거를 다시 타고 싶게끔 만든 고마운 서비스이자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소유하지 않으니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깨끗하게 타기 위해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내 모습을 보니 꽤 만족스럽기도 하다.
따릉이는 나에게 참 고마운 존재다. 가끔 내가 많이 먹었다던가, 과음을 해서 몸이 부은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아침에 출근할 때 힘차게 페달을 밟을 때 그 죄책감을 씻겨주는 마음이 들게 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퇴근을 할 때 타는 약 20분간의 시간과 함께 듣는 음악들이 근사해진다. 지금 딱 따릉이를 타기 좋은 시기로써 조성이 잘된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여름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는 녹음들을 보니 행복하기 그지없다. 내가 이다지도 초록색을 좋아했나 싶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듣는 노래들이 이렇게 좋았었나 싶기도 하다. 어느 순간 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니 음악 선정도 중요하게 됐고 ‘라이딩’이라는 폴더를 만들어서 자전거를 탈 때만 듣는 전용 폴더를 만드니 자전거를 타는 행위가 내 일상에
중요하게 자리 잡은 것 같아서 좋다.
오월이 되고 첫째 주가 지나가고 있다. 아직은 자전거를 타기에 너무 좋은 시기지만 곧 다가오는 뜨거운 해가 작열하는 시기가 오면 나는 또 잠시 자전거랑 헤어져야 한다. (더위를 심하게 타는 편이라 여름엔 일사병에 자주 노출된다.) 헤어지는 시점을 생각해보면 생각나는 글이 있다. 어느 누군가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잠깐 빌린 것이라고 생각하라. 누군가에게 돌려주기 싫다면 더 아끼고 소중히 대하라’라고. 토씨 하나만 틀렸다고 하기엔 자신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이 틀린 문장이었겠지만 여하튼 그런 뉘앙스였다. 자전거에 대한 내 마음은 너무 애틋하고 소중하다. 시간과 자전거를 빌려서 좋은 취향과 기억들을 잘 쌓고 여름에는 잠깐 헤어졌다가 가을에 또 만끽해야겠다. 기억과 취향으로 삶이 더 영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