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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관계도 부침을 겪는 인간관계다.

연인 관계도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by 키수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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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마술사 이은결을 모르는 사람은 더 드물 것이다. 이은결은 대중들에게 마술이라는 것이 그리 대중적이지 않을 때, 친숙하고 어렵지 않은 소재의 마술로 대중화를 이끈 마술사 중 한 명이다.


건장한 체격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자못 인기가 많았던 그는 마술사들에게 씌워지는 바람둥이 이미지(?)와 다르게 지난 2016년, 14년간 연애한 여자친구와 결혼하였다. 22살에 만나 36살에 결혼했으니, 강산이 한 번 바뀌고, 다시 절반 정도가 바뀌는 동안에 한 여성과만 함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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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그가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오랜 기간 연애를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연인 관계라는 것도 다른 관계들과 마찬가지로 늘 같을 수는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오랜 친구 사이여도 가끔은 서먹할 때가 있고, 부모 자식, 형제 관계도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것처럼 연인 관계도 늘 한결같이 좋을 수만도 없고, 꼭 나쁠 수만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것이 그가 오랜 기간 한 상대와 사랑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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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서 애정의 정도는 시간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이전과 같지만, 그날의 기분, 처한 상황, 우연히 일어난 일 등 다양한 변수 때문에 순간순간을 차지하는 애정은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끔은 느닷없이 상대의 작은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짜증이 날 수도 있고, 평소 같았으면 상대의 그 짜증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수도 있지만 그날만큼은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는 그런 날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가족, 친구의 관계처럼 말이다.


하지만 유독 연애 관계에서만큼은 가장 좋았을 때 느꼈던 애정에 대학 집착이 강한 것 같다. 상대가 내게 보여준 행동 중, 최고의 애정 표현이었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가장 좋았을 때의 행동이라 생각하고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연락의 빈도, 언어적 애정 표현의 정도, 할애하는 시간 등 그 상대적인 값이 가장 컸을 때를 무의식 중 애정의 최고 상태라 칭하면서 자연스러운 집착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간이 조금이라도 지속된다면, 금세 애정을 의심하고 확인하려 든다. 여기서 문제는 상대도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본인만의 애정 집착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상대의 애정이 이전만 못한 것 같아 의심하게 된다면, 그 의심은 자연스레 본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상대가 느끼는 애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애정의 의심과 시험은 상대로부터의 의심과 시험 역시 부른다. 대게 커플들이 싸우는 이유는 표면적으론 달라도 구조적으로는 위와 같은 형태의 이유가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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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보다 더 많은 애정을 느끼고 있어도, 이를 표현하는 데는 또 다른 상황들과 조건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때로는 마음과 다르게 표현될 때가 있고, 의도와 다르게 이해될 때가 있다. 마음과 다르게 이전보다 더 멀게 느껴질 수도 있고, 무슨 말만 해도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그 상황 속에서 이전에 보여준, 실제로 그게 정말 상대의 애정 최대치에서 비롯된 행동과 말이었는지 알 순 없지만 나는 그렇게 결정지은, 그때 그것에 계속해서 비교하고 집착하게 된다면 애정의 주가는 끊임없는 하락을 맞다가 상장 폐지될지도 모른다.


짧기만 했던 나의 연애들을 돌아보면, 나 역시도 그래 왔다. 가장 좋았을 때,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을 때에 집착하면서 그렇지 못한 상황에는 자연스레 짜증을 내고 이기적으로 굴었다. 실제로 뭐가 어떻다고는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도 없고, 자존심도 내려놓지 못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짜증을 냈었다. 그게 분명 상대에게도 비슷하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우리 연애의 집착을 서로에게 들이밀면서 부침을 겪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라는 점은 까맣게 잊은 채, 애먼 서로만을 까맣게 잊어 갔던 것이 아닐까. 돌아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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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이어온 친구 사이나 부모, 형제와의 관계를 보면, 실제로 내가 이들을 아끼고 그들이 나를 아끼는 마음과 별개로 티격태격할 때가 많다. 죽이 잘 맞을 때는 한없이 잘 맞다가도, 어떤 문제로는 다툴 때도 있고, 또 가끔은 소홀해져 관심을 쓰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관계를 이어 나가는 일이 어색하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다. 관계에서 부침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서로가 들이미는 집착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이은결이 그 프로그램에서 받은 질문에 답은 짧았지만, 그 답이 포함하고 있었던 내용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을까. 이은결 역시도 이 지난한 과정을 겪어내고 마침내 깨달은 바가 있었기에 짧지만 강력하게(적어도 내게는) 말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그날 TV 앞에서 그런 생각을 하며, 집착과 관계의 부침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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