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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보기시스템 Dec 05. 2021

저에게 애정이 없어요.

어쩌다군대

“어떻게 지냈을까요?” 

용사는 희미하게 웃으며 

“늘 똑같습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고 있습니다.”     


용사는 6회기를 만나는 동안 한 번도 괜찮다, 잘 지냈다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어쩌면 저와 만나는 시간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전입 오고 군생활이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특급전사를 따고, 업무에서도 잘한다고 주변에서 칭찬을 듣고 있고,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지요? 용사는 성향상 주변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고, 힘들고 아파도 괜찮은 척해야 합니다. 현재 허리디스크가 오래전부터 있어서 고생을 하고 있는데도 최근 훈련에서도 행군까지 했다고 합니다. 할 때는 괜찮았는데 하고 나니 통증이 왔다고 합니다. 허리 디스크는 가벼운 증상이 아닌데 자신의 몸을 챙기지 않는 내담자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00씨 허리 때문에 많이 힘들 거 같은데 왜 스스로 몸을 챙기지 않을까요? 선임 00씨도 걱정 많이 하던데요. 저도 걱정돼서 대대장님께 00씨 잘 지내는지 물어봤어요.”

“요즘은 제 몸에 대해 애정이 없습니다. 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요즘 더 우울하고 힘들어졌습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휴가를 제 때 나가지 못하기도 하고, 후방 쪽은 용사들이 줄어들고 간부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다 보니 용사들이 휴가를 가고 나면 빈공백을 잔류하는 용사들이 나누어서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개인적인 일로 빠지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특히, 타인의 시선에 예민한 용사들은 더욱 아파도 병원에 간다고 하지 못하거나, 열외를 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업무를 다 하게 되지요. 심지어 저와 상담하는 것도 눈치 보여서 거부하는 용사들도 있습니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만 상담이나 병원은 가는 것은 용사의 권리이니 꼭 챙겨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지난 회기에 늘 무기력을 호소하고 죽지 못해 산다는 용사, 무엇을 하면 에너지가 생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용사는 심리학 관련 책을 자주 읽고, 저에게 책 내용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써보라고 권했습니다. 자신도 자기 계발, 미래 스펙을 위해, 유의미하게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용사의 현재 상황에 대해 직면을 했더니 그래도 “상담관님 말씀대로 블로그를 시작했고, 글을 하나 써서 올렸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하나를 쓰면서 저의 진로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힘이 없지만 단호하게 말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지요? 


         

나, 꽃으로 태어났어


엠마 줄리아니 작가의 그림책 <나, 꽃으로 태어났어>은 병풍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 송이 꽃으로 태어나 따스한 햇살을 받고 따뜻한 기운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닌 다른 여러 꽃들과 어우러지자 더 밝게 빛이 납니다. 꽃을 전하면서 사람들을 가깝게 이어 주기도 하고, 사랑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세상과 나누는 마지막 인사에도 함께 합니다. 가녀리고 연약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이겨내는 꽃입니다.      


우리도 한 송이 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스스로 볼품없다고 여길지라도 가치가 있는 꽃입니다.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을 가치 없다고 여기지 말아 주세요. 내가 나를 가치 있게 봐주고, 소중히 여겨야 빛이 날 것이고, 타인들이 나를 소중히 여길 것입니다.      



[그림책으로쓰담쓰담 – 셀프테라피]


Q. 당신은 어떤 꽃인가요? 세상과 어떻게 마주하고 있나요?

- 해바라기와 같이 키가 커서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꽃.

- 나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려주며 힘이 들면 주변 도움도 받고, 도망가지 않고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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