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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보기시스템 Dec 11. 2021

20년간 혼자 겉도는거 같습니다.

그림책<천천히 천천히>

“선임들의 뒷담으로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20년간 혼자 겉도는거 같습니다. 저에게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4개월 만에 만난 용사는 상담실에 와서 안절부절 못하는 듯 합니다. 사회에서도 감정기복이 심했던 용사는 앉자마자 다른 용사들에게 서운했던 감정을 보따리 풀 듯이 풀어놓습니다. 그 걱정과는 달리 전보다 얼굴이 좋아 보이고, 몸도 튼튼해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입온지 4개월이 지났으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거라 여겨집니다. 제 말에 살짝 미소를 보이고, 부끄러워하며 겨울용 전투복을 입어서 그렇다라며 말을 돌립니다.  

이 용사는 업무 시간에 상담을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여기고, 주변 용사들의 눈치가 보인다며 1회기 상담 후 더 만나지 못하다가 스스로 상담 신청을 해서 급하게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쏟아내듯 말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 용사에게

“00지금 어떤 감정이 들까요?”

“외로움이요. 제가 눈치가 없는걸까요? 제가 이기적인가요? 제가 급했을까요? 지금까지 혼자 겉돌며 살아왔는데 군대와서도 똑같습니다. 처음 휴가 나가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게 소중하다고 생각했는데 제 곁에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상담관님과 대화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이야기는 동료들과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를 뒷담화하는 선임들과 할 수가 없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용사는 학창시절부터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어왔고, 군대와서 잘 하고 싶지만 자신과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는 용사들과 섞이기 어렵습니다. 잘 해야겠다는 열정으로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방법으로 급하게 다가가게 되면 상대는 당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용사는 자신이 동료들에게 100 중에서 70의 마음을 주었는데 돌아오는건 20정도라고 합니다. 70을 주고 70을 다 받으면 참 좋겠지만 상대에게 그것을 바라는건 대가를 위한 관계일 뿐입니다. 

모든일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시간이 걸리지요. 또한, 상대에게 잘해 주고 그 대가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고는 우리의 마음을 더 힘들게 합니다. 그 기준을 조금만 낮춘다면 관계에 몰입하는 일도, 상처 받는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나를 위한 일이 뭐가 있는지 주변 다른 것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용사에게 케이트도피락 글, 크리스토퍼 실라스 닐 그림의 그림책 <천천히천천히>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아이는 학교에 갈 때도, 학교에서 집으로 올 때도, 숙제를 할 때도 허둥지둥 거리며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아갑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이 무언가에 쫓기듯 달려가는 듯 합니다. 그때 어디선가 ‘멈춰!’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이에게 천천히,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속삭입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흐-으-읍, 후-우-우’ 호흡을 하며 잠시 쉬어갑니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새들의 이야기도 듣고, 낯선 곳을 탐험을 합니다. 좀 더 여유로워진 아이가 보입니다. 


그림책을 함께 읽고 용사에게 

“00씨의 상황에서 관계를 할 때 중요한게 무엇일까요?”

“지금은 속도가 중요한거 같습니다. 제 마음이 급하다고, 그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급하게 다가가면 불편할거 같습니다. 그리고 거짓된 나를 보여주지 않는거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나를 보여주는 일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고, 그 방법이 맞지 않으면 다시 돌아와 다른 방법으로 다가갑니다. 여러번 반복하다 보면 그들과 맞는 접점이 생길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수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당신의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있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가다보면 그동안의 불편했던 관계 패턴에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함께 손잡고 가볼까요!     



[그림책으로쓰담쓰담 – 셀프테라피]

Q. 당신은 일과 관계에서 어떤 속도로 나아가고 있나요?     


[상담사가 건네는 말]

마음이 앞서 나만의 속도로 상대에게 다가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계는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타인과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합니다. 타인의 반응도 살펴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나를 지키며 하나씩 나를 보여주면 어떨까요! 또한 중요한 것은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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