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시간
제주도가 집인 용사(요즘 군대에서는 병사를 용사로 부르고 있어요.)와 오늘 전역 전 종결 상담을 진행했어요.
제주도를 워낙 좋아해서 용사가 제주도에 산다고 한다면 부러운 마음에 괜히 반가워서 혼자 호들갑 떠는데
이제 제주도에 사는 용사들이 하나둘씩 전역하네요.
자주 만났던 용사들이 전역하면 마음에 구멍이 생깁니다.
전입해 왔을 때는 우울과 강박 증상으로 힘들어했는데
이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좀 더 유연해진 용사와 마주했습니다.
상담 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 했더니
'갑자기 감정이 올라온다, 벅차오른다, 기분이 묘하다, 정말 감사했다.'라고 하며
용사의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저도 애써 농담으로 마무리했네요.
괜찮으시면 악수하자고 청하는데 악수하고 마무리했습니다.
이렇게 소진된 마음들이 채워집니다.
오늘은 이혜란 글, 그림의 그림책 <나무의 시간>을 만나보았어요.
'나무는 제자리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높이, 멀리 가지를 뻗었다.
깊고 넓게 뿌리를 내렸다.'
어쩌면 용사와 제가 나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힘든 시간을 인내했기에
오늘이 오지 않았을까요. 늘 응원하겠습니다.
#나무의시간 #이혜란 #곰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