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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보기시스템 Aug 27. 2023

사람은 변하지 않아요.#1

제 짝꿍은요.

“상담관님, 결혼하면 두근거리는 게 없어지지 않나요? 그래도 괜찮나요?”     

최근 미혼인 20대 후반의 여성 내담자와 상담 중 갑자기 들어온 질문이었다. 남자친구 이야기,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하시더니 내게 물어보셨다.      

“음... 맞아요. 두근거림은 없지만 함께 간다는 확신, 신뢰가 있고, 채워졌다고 할까요.”        

올해 6월 30일이 10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늘 그렇듯 아침 일찍 자동차매장 영업 이사님의 축하 문자로 결혼기념일이구나 알아차린다. 

“사랑으로 함께한 더없이 기뻤던 날, 결혼기념일 맞이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가정이 늘 평안하여 온 가족이 강건하고 자녀가 잘되어 자랑이 되고 도모하시는 모든 일이 형통하여 희락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축복을 받은 적이 있던가 생각한다. 차 구입을 위해 한번 다녀왔던 매장에서 연세가 지긋한 이사님을 만났다. 그분 문자 덕분에 일년에 한번 이렇게 결혼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는 시간이 된다. 그분의 영업 가치관이라고 하셨었다. 누군가를 축복하는 마음, 기도하는 마음은 어쩌면 나를 더 행복하게 하리라. 그리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리라. 괜찮은 어른은 마음을 널리 쓰는 건가보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 결혼을 했구나, 지금 떠올리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축하하기 위해 멀리 청주까지 와주셨던 그리운 사람들. 이제는 연락을 잘못하지만, 내 마음, 머릿속에는 하나둘 박혀있다. 그들의 마음이.      

우리는 청주 향교에서 전통결혼식을 했다. 번쩍번쩍 샹들리에 조명이 가득한 결혼식에 자주 가셨던 분들은 신기해하시고 고마워하셨다. 전통한복을 입고, 결혼식 마지막 장면에 닭을 날리는 신기한 장면을 어디에서 보겠는가. 닭을 날리는 장면은 결혼하는 당사자인 나도 결혼식을 하며 알았고, 무서웠지만 해야겠다는 일념하에 짝꿍과 함께 힘차게 날렸다. 우리의 결혼생활에 좋은 기운이 널리널리 퍼지도록.      

10년이 되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그만큼 고된 시간이고, 대단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마음을 돌보는 상담사가 그게 할 소리냐 하겠지만 인간의 저 깊은 곳, 뿌리를 살펴보면 기질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혼 10년 동안 바뀐 건 우리의 나이의 앞자리와 몸매, 흰머리가 하나둘 생겼고, 체력저하, 그리고 나이와 함께 조금씩 생긴 유연함이다. 그리고 우리집 보물인 아이는 10년 동안 몸과 마음이 쑥쑥자라서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가고 있다. 

짝꿍은 그대로, 변함이 없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는 게 보이잖아. 남의 편은 성장하지 않아.”    


와... 이 말씀에 200% 공감하며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미 성장해서 만난 성인들의 성장발달은 달팽이 기어가듯 더딘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듯.     

결혼은 서로 다른 기질과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그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맞춰가기에는 시간과 화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따른다. 인정하는 것도 참 어려운일. 수많은 성격유형검사(MBTI) 해석상담을 하면서 느낀 건 타인을 이해하는 것보다 그 타인을 통째로 내 안으로 가져오는 게 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건 더더욱 불가한 일이다.      


LOMO, 5년전 짝꿍


LOMO, 5년전 짝꿍, 파릇파릇하군

짝꿍은 결혼 10년째 독서를 한적이 없다. 집에 그렇게도 책이 많은데 단 한권도 읽지 않았고, 관심을 가진적이 없다. 딸아이와 나는 독서를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10년동안 짝꿍에게 입이 마르고 닳도록 빨래를 접을 때 옷감을 탁탁 털고, 옷의 겉부분을 마주접도록 요청을 해왔다. 그렇게 접어야 옷감이 구겨지지 않는다고 말을 해도 10년째 변함이 없다. 말할 때만 잠시 할 뿐 신경쓰지 않으면 다시 돌아가는 그의 성격을 이해할 수가 없다. 때론 내 말을 듣는건지, 마는건지 나도 포기할 만도 한데 포기가 안되고 화가 치민다. 

가끔은 어머니께 반품하고 싶을 때가 있다. 왜 이런걸 가르쳐 주지 않으셨냐고 여쭤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그와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이유를 말하자면 늘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다. 커다란 한 그루 나무처럼 나뭇가지를 벌리고 웃으며 서 있다.      

“기숙, 나는 늘 당신을 응원하고 있어. 기숙하고 싶은 거 다해. 언제나 기숙편이야.”     

내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 시도하려고 할 때 그는 늘 내편이었다. 신기하게 그 말을 듣고있노라면 불안의 불씨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20년 후에도, 그 이후에도 두 팔벌려 늘 같은 자리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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