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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보기시스템 Aug 27. 2023

당신에게 쉼표의 시간은 언제인가요?

어느 날 용사와 상담 중 “상담관님 스트레스 해소가 뭘까요?”라고 물어보는데 순간 나도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 우리는 평소에 해소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해소라는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 의미로 ‘어려운 일이나 문제가 되는 상태가 해결되어 없어지다’라고 한다. 순간 내가 스트레스를 없앤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봤는데 그런 적은 없던 것이다. 

그럼 ‘스트레스를 푼다’라고 생각해보자. 무엇을 했을 때 조금이라도 풀린다고 말했던 적이 있던가. 무의식적으로 내뱉었던 적이 있긴 하다. 여행 가서 자연에 들어가 하나가 되었을 때, 친구와 만나 수다 떨었을 때, 맛있는 음식 먹었을 때 등등의 시간을 만났을 때이다. 한 덩어리로 얽혀 있는 스트레스를 실타래 풀 듯 몇 가닥 푼 느낌이랄까. 

내담자와 이야기하며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렇다면 잠시 그 상황을 벗어나 보면 어떨까? 화가 나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장면, 불안이 밀려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장면, 잘하고 싶은데 잘되지 않아 답답한 장면,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당했던 장면, 친구가 뒤통수 때려서 열받았던 장면 등등을 잠시 여행하듯 쉼표의 시간으로 벗어나는 것이다. 그 방법은 생각 전환으로 가능하다. 물론 스트레스가 차 있는 상태에서 생각 전환을 한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떠올리면 좋겠다.      


나에게 ‘쉼표의 시간’은 언제일까? 출퇴근할 때 운전하며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데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슬픈 노래가 들려오면 눈물을 흘리며 따라 부르고, 신나는 노래가 들려오면 딩가딩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따라 부른다. 차 안은 오롯이 음악과 내가 있다.  

그리고 걷기를 하며 하나로 뭉쳐있던 생각 정리를 할 수도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원래의 길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만들어진 갓길이 보이는데 우리의 삶도 똑같다. 곧게 뻗은 길만 나아갈 수 없듯이 여러 갈래 길을 걷거나 때론 내가 만들어 간다. 그 길은 지름길이 되기도 하고, 조금은 멀리 돌아가기도 한다. 어떤 길이든 가다 보면 끝이 보인다. 그래도 괜찮다. 걷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을 객관화, 세분화할 수 있다. 

또 하나, 점심시간이 되면 좋아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도시락을 먹는다. 현실을 벗어나는 나만의 방법이다. 그 시간 또한 아무도 나를 건들 수 없다. 전화도, 문자도, SNS 알림도, 메신저의 알림에도 되도록 응답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침범되면 매우 예민하다.

잠시 짧은 여행도 괜찮다. 아이를 낳고 나에게 연차는 아이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이가 아플 때, 아이 학교에 가야 할 때 등등의 일들로 쪼개고 쪼개서 사용하고 있다. 여름휴가는 3일을 넘긴 적이 없다. 그 틈새를 비집고 틈틈이 1박을 하거나 당일 여행을 가끔 떠난다. 낯선 도시에 가서 낯선 장소에 나를 데려다 놓는다. 익숙한 물건이 없는 숙소에서 단순하게 여행지의 즐거움을 느끼고, 자연과 하나가 되고, 독립서점에 들러 책을 사는 소소함을 나에게 안겨준다.  

사실 쉼표의 시간이 거창하지 않다. 그 시간을 보내고 왔을 때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 자리에 남아있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좀 더 가벼워져 있다.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쉼표의 시간을 여러 개 만들어 놓고 하나씩 하나씩 꺼내쓰고, 1번이 안 되면 2번, 2번이 안 되면 3번을 하면 된다. 우리는 그럴 때 회복탄력성도 잘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진천에 있는 북카페 이월서가에 다녀왔다. 몇 년 전에 메모장에 적어놓은 리스트 중 하나였던 장소이다. 비가 많이 내렸고, 주말이어서 자리가 실내에 자리가 없었다. 그리 덥지 않아 실외에 나란히 앉아 자연을 벗 삼아 우린 도란도란 이야기했다.   

딸아이는 “엄마, 힐링이네.”, 짝꿍은 “풀냄새 난다. 빗소리 좋네.”

산 중턱에 안개가 내려앉은 모습도 예쁘고, 초록빛 가득한 세상 덕분에 행복했다. 

나는 ‘다음에 꼭 혼자 와서 책 보고 싶다.’라고 마음의 소리를 중얼거렸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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