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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보기시스템 Aug 27. 2023

몸의 신호

LOMO


2주 동안 혓바늘이 말썽을 부렸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음식을 먹을 때, 말을 할 때마다 혀가 스치는데 까칠함이 불쾌했다. 몸의 불편함은 마음 또한 까칠하게 한다. 곧 괜찮아지겠지, 좋아지겠지 생각하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몸은 마음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너 지금 많이 힘들구나.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돼.’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나에게 속삭인다. 더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땐 한걸음 뒤로 물러나 나를 객관화해 본다. 지금 나의 상태를 점검해 보면 지금 생각하지 않아도 될 미래가 불안하니 빨리 결정을 내리고 싶고, 안정을 찾고 싶어 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상황들이 불안에 휩싸여 머리와 마음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쓰지 않아도 될 무엇에 에너지를 쓰고 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지금 고민하지 않아도 되잖아. 아직 시간이 있어.’ 

‘지금까지 잘해왔잖아. 분명 잘할 수 있을 거야.’

라는 자기연민의 말로 위로해도 혓바늘은 그 자리다. 진전이 없으니 괴롭다. 그 뿌리의 근원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어서 답답했다.     


고민하다 문득 생각을 바꿨더니 마음이 조금씩 고요해졌다. 아침에 일어나 혀를 살살 돌려보니 귀신같이 동글동글해졌다. 정말 ‘몸은 거짓말을 못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온전히 괜찮아지지 않았다. 잠시 보호막으로 살짝 덮어놓았을 뿐이다. 보호막을 들어 올리면 여전히 그 자리일 수 있다. 살짝 사라진 혓바늘은 살짝 가려진 마음과 같다. 그래도 괜찮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으니까.      


갑자기 대학교 때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다. 회사 일로 동료와 대화하다가 숨이 가빠지고, 손이 덜덜덜 떨렸다고 했다. 겨우 대화를 마치고 회사 밖으로 나와 내 생각이 났다며 전화했다. 이 상황을 가라앉힐 방법이 있냐고. 활발하고, A는 유머가 많고, 사람들과 마찰을 불편해하는 친구이다. 불편한 분위기가 될 거 같으면 미리 알아차리고, 사람들 기분을 맞춰주고, 되도록 어색함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한다고 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삼키는 사람인 것이다. 허허실실 좋아 보이는 인상으로 40년 넘게 살다 보니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관을 누군가 건드리니 터져버린 것이다. 그동안 차곡차곡 마음속에 쌓아놓은 감정들이 더 이상 공간이 없으니 스멀스멀 튀어나온 것이다. 화를 제대로 못 내니 몸이 반응한 것이다. 분명 전조증상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신호를 모른채하거나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정서적으로 너무 꽉 차 있으면 신체로 옮겨간다. 우리는 이 신호를 잘 알아차려야 한다.

완벽해야 하고,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하고, 실수하면 안 되는 사람. 이 모든 기준은 내 안에서 만든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괜찮은 사람일 수 없어, A야. 너 지금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는 너를 봐주면 좋겠다.”

“이제부터라도 남보다 나를 좀 더 살펴봐야겠네... 근데 쉽지 않을 거 같아.”     


악보를 보면 되돌이표가 있다. 반복해서 연주하라는 기호이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 용기 내어 시도하고, 실행하고, 실패하고, 다시 돌아와 삶을 연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끝이 있겠지. 군대에서 하는 훈련과도 비슷하다. 반복하다 보면 흐름을 알게 되고,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이 온다.  

     

잠시 덮어놓았던 나의 몸과 마음의 신호도 좀 더 깊이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그저 흘려보내기보다 나 또한 훈련해야겠다. 


오늘도 나의 몸과 마음 상태는 어떠한지 안부를 묻고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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