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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만추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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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단 Jun 08. 2020

가을 겨울 사이 서울 #6

롯데타워 그리고 긴 꿈의 끝.





#1

유현준 교수는 건물의 높이가 곧 사회의 부를 상징하는 바로미터라고 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각종 물리학적, 역사족, 경제학적 지표 등을 내세우며, 우려의 눈초리를 종식시켰다. 실제로 그러한지 아닌지는 증명할 순 없었다. 그것은 다분히 가설, 그러니까 카더라 수준의 주장이었다. 학문적이라기 보단 되려 문학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다만, 우연히 스쳤을 발상을 웃어넘기지 않고, 객관적으로 입증해보려는 호기심과 객관적 근거를 위해 끌어들인, 다방면에 해박한 학문적 지식과 그것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통섭 능력. 그리고 기승전결 뚜렷하게, 흥미진진한 전개로 군더더기 없이 밀고 나가는 서사 전개력.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혼자 흥분해 과대망상처럼 떠들지 않고, 차분히 일반 대중의 시각에서 객관화해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들리지 않게끔 적절히 조율하는 공감능력까지. 전설처럼, 세상 어딘가에 분명 있는, 늘 존재하는 종의 인간이라 배웠던, 경이로운 두뇌의 인간이 눈 앞에 있었다.

무슨 소리고 하니, 유현준 교수가 한국의 경제력을 증명하는 지표로 내세운 건물이 바로 롯데타워였다. 그렇다. 그들 일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바로 그곳이었다.

그들은 달큰한 취기로 택시에 올라탔고, k는 택시기사와 농담 따먹기 수준을 넘어 택시기사의 핸들링 하나하나에 감탄해하며, 기사님의 입고리를 귀에 걸쳐 놓았다.

택시는 검은빛의 한강 위를 건너 롯데타워 바로 앞에 당도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검붉은 스펙타클이었다.








#2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버스에 탈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오판이었다. 결국 3시간 가까지 기다려 시외버스를 탔다. 다른 지역에 살던 j는 취소표를 운 좋게 구했지만, 나머지들은 그러지 못했다. j를 먼저 보내고는, 결국 모두 지쳐 나가떨어졌다. 터미널 벤치에 반노숙인 상태로 버스를 기다렸다. 당장이라도 잠들 기세였으나, 막상 버스에 타니 잠이 오질 않았다.

1시간 반 가량 달린 버스가 터미널에 멈춰 섰다. 택시로, 다시 차로 팀원들을 집 근처에 내려줬다. 집에 오니 거진 11시. 부지런히 씻고 침대에 누웠다.


어느 늦가을 밤에 꾼, 길고 긴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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