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외에 추천하는 여행 방법도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아일랜드 캠핑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지난번에는 아일랜드 캠핑을 내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한 소개였고, 이번엔 캠핑을 하면서 내가 느꼈던 단점과 나처럼 아일랜드에 이민을 와서 장기 거주하는 형태가 아니라, 워홀이나 주재원, 학생으로 단기로 왔을 때 캠핑보다 더 추천하는 여행 방법을 적고 마무리하겠다.
캠핑을 하면서 피해 갈 수 없는 가장 큰 단점은 귀차니즘이다. 특히 안락한 숙소와 비교했을 때는 더 그렇다. 호텔이나 B&B는 예약만 하면 들어갔다 나오면 되지만, 캠핑의 경우 내 집을 내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의 단점은 텐트가 숙소에 비해 좁다는 것이다. 호스텔만 하더라도 비록 2층 침대를 사용하지만 방 자체는 아늑하고 넓다. 하지만 캠핑, 특히 백패킹을 한다면 콧구멍만 한 작은 텐트에서 구겨져 자야 한다. 자동차로 하는 오토 캠핑이라면 큰 텐트를 들고 다닐 수 있어서 나아지지만, 텐트가 건물보다 좁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약 2년 전부터 내 생각이 바뀌었다. 바로 에어 텐트(Air Tent) 때문이다. 에어 텐트는 폴 텐트와 다르게 공기를 넣는 에어 빔(Air Beam)을 사용한다. 폴 텐트와 에어 텐트를 같은 사이즈, 같은 인원 기준으로 비교하면 체감되는 공간과 편의성이 거의 두 배다.
폴 텐트는 기둥을 벽처럼 세우는 것이 아니라, 폴대의 장력을 이용해 휘어진 구조라서 가장자리로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고, 버리는 공간이 많다. 높이도 낮아서, 성인 남자가 폴 텐트 안에서 허리를 펴고 있으려면 최소 10~12인용 정도의 대형 텐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 크기가 되면 혼자 설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4명 정도가 달라붙어야 겨우 설치할 수 있다.
이것 때문에 에어 텐트의 가장 큰 장점은 구조적으로 폴 텐트보다 내부 공간 활용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에어 빔은 장력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공기를 채워 단단한 기둥처럼 서 있는 형태다. 그래서 측면이 거의 수직에 가깝고, 내부 공간이 훨씬 넓다. 예를 들어, 내가 쓰는 4인용 에어 텐트는 내부 높이가 1.9~2m 정도라서 안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에어 텐트의 단점은 가격이”었”다. 4인용 폴 텐트는 20-30만 원(브랜드 제품 제외) 정도면 살 수 있었지만, 2-3년 전만 해도 에어 텐트는 기본적으로 100만 원,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은 2-300만 원 이상이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가성비가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에어 텐트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데, 다행히 최근에 “스포츠 용품계의 이케아”라고 불리는 데카트론(Decathlon)에서 괜찮은 에어 텐트를 내놓기 시작했다. 내가 사용 중인 제품은 Quechua이라는 브랜드의 에어 텐트인데, 내가 돈을 받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내돈내산 직접 사용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에어 텐트는 내부 공간이 넉넉하고, 설치도 편리하다. 단점이라면 무게가 20kg 정도로 다소 무겁지만, 어차피 자동차 캠핑을 한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 텐트를 할인받아 약 300유로(약 43만 원)에 구매했다. 기존 프리미엄 에어 텐트가 200만 원대였던 걸 생각하면, 훌륭한 가성비다. 이 텐트만으로도 캠핑에서의 귀차니즘이 상당히 해결되었고, 좁은 공간 문제도 해결되었다. 호스텔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고, 거실 역할을 하는 전실도 아주 크다.
그리고 두 번째, 캠핑의 가장 큰 단점은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다. 특히 비는 당연하고, 바람의 경우도 아일랜드는 제주도보다 1년 평균 풍속이 강한 나라라서 바람의 영향도 상당히 많이 받는다. 그래서 날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최대한 기다렸다가 일주일 정도 전에 캠핑장 예약을 하는 것이다. 아일랜드 날씨가 변덕스럽긴 해도 여름 기준으로 일주일 정도 전이 되면 일기 예보가 맞다.
문제는 여름 성수기에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려고 하면 캠핑장 자리가 없다. 그래서 이것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3월에서 4월 정도, 몇 달 전에 미리 예약을 잡아 놓는 거다. 대신에 그 캠핑장에 문의해서 보통 예약할 때 걸어놓는 보증금(보통 50% 정도)을 언제까지 환불받을 수 있는지, 애초에 환불이 가능한지를 물어보고 날씨가 좋지 않다면 해당 보증금을 돌려받고 예약을 취소하는 것이다.
물론 어떤 캠핑장은 보증금 환불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솔직히 말해서, 예를 들어 2박 3일 기준으로 보증금이 금액의 50% 정도라면 그냥 그 돈 한 번 날렸다고 생각하고, 7~8월 주말 정도에 알박기를 한 번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그렇게 해서 여름에도 캠핑장을 구했는데, 실질적으로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미리 예약해놓은 여름 캠핑장을 못 간 것은 전체 여름 예약 중에서 약 30% 정도였다. 나머지는 웬만하면 갔을 때 날씨가 좋았다. 한여름은 아일랜드는 그나마 날씨가 좋은 편이다.
자, 이제 한국에서 1년 미만으로 오시는 단기 거주자의 경우를 보자. 오토 캠핑은 무조건 차가 있어야 한다. 또한, 캠핑 장비 초기 투자 비용도 상당히 많이 든다. 그래서 단기적 체류 학생이나 워홀러, 주재원 같은 경우는 솔직히 캠핑을 추천하지 않는다. 대신 단기 거주자가 아일랜드 시골 여행을 괜찮게 다닐 수 있는 방법은 펜션을 빌리는 것이다. 이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원과 타이밍을 잘 맞추면 펜션을 빌리는 게 여러모로 이득인 경우가 많다. 네 명이나 다섯 명이서 돈을 나눠 내니까 렌트카의 기름값도 나눠 내고, 숙박비도 나눠 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이런 펜션을 보통 ‘코티지(Cottage)’ 혹은 ‘홀리데이 홈(Holiday Home)’ 같은 이름으로 예약할 수 있다. 숙박 예약 사이트에서 ‘코티지’나 ‘홀리데이 홈’이라고 검색하면 되는데, 펜션처럼 거기를 통째로 빌리리는 거다. 이게 생각보다 가격이 싸다. 호텔이 제일 비싸고, B&B(모텔과 비슷한 숙박 형태) 정도의 가격보다 약간 비싼 수준이다. 물론 성수기에는 예약이 쉽진 않지만, 아일랜드 전역을 기준으로 잘 찾아보면 은근히 괜찮은 집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킬라니(Killarney)에 여러 명이랑 갔을 때도 펜션 스타일로 다녀왔는데, 네 명이서 갔고 비수기라서 1박에 130유로 정도였다. 이걸 네 명이서 나눠 내니까 금액적으로 큰 이득인 셈이다.
또한, 일반적인 모텔이나 호텔에 비해 이런 펜션 스타일의 홀리데이 홈이 가진 장점은 잘 갖춰진 거실과 부엌이 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음식은 한국인 입맛에는 심심한 편이고, 향신료도 잘 쓰지 않으며 대신 전반적으로 짠맛이 강한 경우가 많다. 해산물 요리(예: 해산물 스프) 같은 경우도 한국 사람 입맛에는 짤 수 있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매 끼니를 식당에서 해결하는 것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비용도 많이 든다. 아일랜드의 웬만한 괜찮은 식당에서 식사하려면 인당 주류 포함 4~5만 원 정도 나온다. 물론 멀리까지 가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한두 번 정도는 먹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가서 한국 음식(삼겹살 등)을 직접 해 먹는 게 좋았다. 아니면 어학원에서 만난 친구들과 가서 각자의 나라 음식을 조리하는 것도 훨씬 싸고 맛도 있을 것이다.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렌트카를 빌릴 경우 적어도 한 명은 운전을 잘해야 하고, 운전을 좋아해야 하며,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어학원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 EU 국가(예: 프랑스, 스페인)에서 온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가 운전할 수 있으므로 그 친구 면허증으로 렌트를 하고, 운전을 해주는 대신 나머지 세 명이 기름값 등 부대 비용을 조금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아일랜드에서 보통 렌트카를 빌리면 기본이 수동(MT)이라는 것이다. 스위스처럼 아예 수동 차량이 거의 없는 나라와 다르게, 아일랜드는 수동 차량이 많다. 만약 같은 등급의 현대 아반떼를 빌린다면, 자동 변속기(AT) 차량보다 수동 변속기(MT) 차량이 거의 반값이다. 따라서 수동 운전에 익숙하다면 저렴하게 렌트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수동을 몰았더라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기어박스 위치가 반대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른손으로 기어를 조작하지만, 아일랜드에서는 왼손으로 기어를 조작해야 한다.
또한, 시골길을 운전할 때는 좌측 통행을 꼭 신경 써야 한다. 도심에서는 차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좌측 통행을 유지하게 되지만, 시골길에서는 깜빡하고 우측으로 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로터리(라운드어바웃) 통행이 한국과 반대이므로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로터리를 도는 차량이 가끔 멈추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아일랜드에서는 무조건 로터리를 돌고 있는 차량이 우선이다. 이 부분만 조심하면 한국보다 면허 따기도 훨씬 어렵고, 도로 교통이 선진화된 편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상, 아일랜드에서 내가 캠핑을 시작하게 된 계기, 캠핑의 장단점, 그리고 단기 체류자들이 캠핑이 어려울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여행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