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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Sep 22. 2022

자기애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3)

쌍둥이 자기대상 욕구- 치즈 인 더 트랩의 손민수는 왜 그랬을까?

마지막 자기애의 종류는 쌍둥이 자기대상 욕구라고 불린다. 원래는 과대 자기 욕구와 이상화 부모 이마고만 있었는데, Kohut은 후에 과대 자기 욕구에서 쌍둥이 자기대상 욕구를 독립된 자기대상 욕구로 분류하였다.


쌍둥이 자기대상 욕구는 후기 아동기에 경험하게 되는 '우리는 서로 유사하다'는 경험을 말한다. Freud 식으로 따지면 초기 잠복기, 6-7세에 해당하는 시기다. 쌍둥이 자기대상 욕구가 적절한 반응을 경험하면, 타고난 재능과 기술이 발달된다.


Kohut은 다음과 같은 사례를 제시하였다.


한 여성 환자가 병뚜껑을 닫거나 빈 공간에 무언가를 밀어 넣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게 되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다정한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가 7세 경 갑자기 낯선 곳으로 이사하면서 헤어지게 되었다. 부모는 바빴고 소녀는 외로웠다. 소녀는 마개를 꼭 막은 빈병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만의 지니'라는 분신이 들어 있다고 믿었다. 외로울 때마다 그녀는 지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니는 할머니가 아니었다. 그녀는 왜 자신을 인정해 주거나 생기 있게 해 줄 자기대상 대신, 자신의 분신 같은 지니를 필요로 했을까?
 소녀는 4-5세경 할머니의 부엌에서 함께 밀가루 반죽을 만진 경험이 있었다.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할머니 옆에서 할머니를 따라 했던 소녀는 고요하고 편안한 마음을 느꼈고 특별한 기억으로 새겼다. 그녀는 그저 옆에 있어주고 편하게 해 주는 똑같은 마음을 가진 존재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어찌 보면 Winnicott의 환경 엄마와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Kohut은 이런 경험이 기존의 과대 자기 욕구나 이상화 자기대상 욕구와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쌍둥이 자기 대상 욕구로 따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쌍둥이 자기 대상의 적절한 반응을 받을 때 4-10세 사이에 재능과 기술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또한 다른 욕구와 마찬가지로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필요한 경험이다.

커플 티를 입는 심리, 외국 여행 후 고국에 돌아와서 안도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외국에 가도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고 느끼는 경우 모두 건강한 쌍둥이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viva-la-vida/515

(이세정 작가님이 마침 비슷한 주제로 글을 올려주셨다.)


치즈 인 더 트랩의 손민수는 외모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인기 많은 홍설을 따라 했다. 헤어스타일도, 그녀가 가진 물건도, 남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마저도 거짓 사진으로 따라 했다.

그녀의 심리가 반드시 쌍둥이 자기대상 욕구인지는 알 수 없다. 본래 사람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따라 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 원리로 아이들은 성장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같은 성별의 친구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결국은 원초적 자기애의 손상이고 결핍이다.


우리는 아이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일찍부터 교육을 시작하지만, 어찌 보면 큰돈 들이지 않고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쌍둥이 자기대상 욕구에 반응해주는 것이다.  할머니의 부엌에서 말없이 같은 일을 하는 소녀, 면도하는 아버지 옆에서 면도를 흉내 내는 아이, 공구로 무언가를 만드는 아버지 옆에서 같이 두드리고 자르는 아이들..

이 모든 것은 억지로 따라 하라고, 가르치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에 있어주고 말없이 같은 행동을 하도록 허락해 주는 것이었다. 그 고요하고 편안한 상황 속에 아이는 누군가를 모방하고 자신에게 몰두하며 재능을 키워나가게 된다.



커버 이미지  http://www.kookje.co.kr



참고한 책


 최영민, 쉽게 쓴 자기 심리학- 중 <양극성 자기>,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치료>, 학지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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