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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Sep 27. 2022

최적의 좌절, 성장하기 위한 필수 양념

좌절이란 말이 마음에 걸리겠지만

이세정 작가님이 이전 글에서, 원초적 자기애가 성인의 자기애로 발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댓글에 질문해 주셨다.


https://brunch.co.kr/@viva-la-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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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황하게 답을 달았지만, 결국 본질적인 질문에 명료한 답을 할 수밖에 없다. 원초적 자기애를 공감으로 채워준 뒤, 최적의 좌절이라는 필수 양념이 필요하다.


 좌절이부정적 단어이기에 어쩌면 대답하기 꺼려졌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좌절을 준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Freud는 좌절로부터 신경증 증상이 시작된다고 보았다. 현실에 대한 좌절 반응은 공상을 활성화시키고, 이는 일종의 퇴행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Kohut은 좌절을 두 가지로 분류하였다. 상처가 되는 좌절과 감당할 수 있는 좌절, 즉 최적의 좌절이다. 아이의 심리가 견뎌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아이의 좌절된 소망과 기억은 무의식 속으로 차단된다. 그러나 최적의 좌절은 이와는 달리 점진적인 중성화를 가져온다고 하였다.


 부모의 태도가 비록 좌절을 주지만 상처가 되지 않는 경우, 아이는 자신을 진정시켜주는 부모와 그 태도를 내재화하여 점진적인 중성화를 진행한다. 그 결과 본능적 욕동을 억제할 수 있는 심리구조로 구성된 심리영역이 형성된다.  중성화란 id(본능)의 에너지가 ego(자아)의 에너지로 바뀌는 것, 즉 본능적 욕동이 현실적 욕구로 바뀌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에게 안 된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특히 예민한 아이들은 요구가 많고 만족은 적다. 감정선도 예민해서 부모의 마음을 금방 알아채고 쉽게 상처받는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부모의 자격지심을 자극한다.


 많은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최대한 늦게 사주려고 마음 먹지만 보다 빨리 사 주게 되는 이유는, '남들 다 있는데 나만 없어'라는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부모로서 남들 다 있는 것을 해 주지 못하는 마음이 우리에겐 큰 상처이자 아킬레스 건이다.


 러나 만약 좌절이 없다면 아이는 공감만 받고 자랄 것이고, 모두가 나를 엄마처럼 공감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나와 남의 구분이 없 나의 욕구가 곧 타인의 욕구가 된다. 아주 유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자존감이란 오랜 시간 공들여 끓인 국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재료를 정성 들여 준비하고 끓여야 한다. 그런데 양념이 없으면 그냥 재료를 끓인 것이지, 특정 요리가 되지 못한다. 좌절이란 단어의 어감은 부정적이지만, 한 인간을 완성함에 있어 꼭 필요한 요소라고도 할 수 있겠다.


 부모로서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완벽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채워주면 좌절이란 양념이 없기에, 완성되지 못한 요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아이에게 비싼 것을 해 주지 못해도, 늘 함께 있어주지 못해도, 특별히 자랑거리가 되지 못해도 괜찮은 부모다. 아이가 만족하지 못할 때, 불평할 때, 무리한 요구를 할 때 부모가 먼저 좌절하게 되면 최적의 좌절을 줄 수 없다. 이미 수치심과 불안이 우리를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도 괜찮아.
안 된다고 말해도 괜찮아.


어색하고 힘들지만 나 자신에게 나지막이 말해 본다.


커버이미지   https://m.smartstore.naver.com/aewolgoodae



참고한 책


최영민, 쉽게 쓴 자기 심리학- 중 <자기의 발달과정>, 학지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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