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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Nov 25. 2022

삶의 여유는 사치일까?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50분을 꼬박 운전해서 출근했다. 예전 같으면 바로 올라가서 컴퓨터 앞에 앉았겠지만 오늘은 1층 카페로 간다. 지난주, 전산 에러 때문에 내 방 컴퓨터를 쓰고 있는 남편이 조금 기다려달라 해서 카페에서 한 잔 마시고 한숨 쉬게 되었다. 20분이 채 안 되는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되었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집안을 대강 정리하고 고양이 화장실까지 치우고 왔다. 게다가 48km가량을 운전했다. 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늘 나는 앞으로 달려가려 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의자를 바라본다. 예전 같으면 눈여겨보지 않았을 문구다. 마음의 양식이 될 책들과 혀끝을 적셔줄 따뜻한 커피가 있는 곳. 이곳에서 삶의 의미를 돌아보고 하루를 점검한다.

달려가야 할 이유가 있다면 달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의무들이, 사실은 각자 의미를 부여한 가치라는 것을 잊고 산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불행에 조차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견뎌내기 힘들다는 것을 나는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인간은 의미의 장에 갇힌 존재라고 한다. 내가 하는 일에 부여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면 힘들 때 놓아버리고 싶을 것이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삶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여유를 부려본다. 까닭도 모르고 넘어져서 아파하지 않기 위해. 내 삶이 힘들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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