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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Feb 08. 2024

Wieniawski의 화려한 춤곡 Obertass

높이 올라가고 싶다면, 인공 하모닉스의 비밀

지난 10월, 저는 처음으로 무대에서 바이올린 독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소규모 발표 외에 무대에서 독주를 해 본 것은 처음입니다. 얼떨결에 하게 되었지만 어려운 곡을 받아 마음에 부담이 컸습니다. 제가 연주하게 된 곡은 Wieniawski의 춤곡 obertass였습니다.      


Wieniawski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활동한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였습니다.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라,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크라이슬러 등 유명한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는 대개 자신이 연주할 곡을 작곡했는데, 본인이 뛰어난 연주자인 만큼 곡도 화려한 기교가 많습니다. 따라서 아마추어 연습생으로서 Wieniawski의 곡을 연주하게 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연주하게 된 Obertass란 3/8 박자의 빠른 폴란드의 춤곡으로, 또 다른 춤곡인 Mazuruka와 유사합니다. Wieniawski는 이 곡을 학생 연습용으로 쉽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전문 연주자 기준으로 2분 남짓되는 짧은 곡이지만 그 안에는 어려운 기술이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인공 하모닉스 (Artificial Harmonics)와 왼손 피치카토입니다. 그중에서도 인공 하모닉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https://youtube.com/shorts/x_jBnHhoYS8?si=Zf6QXf5H93dXReYM

 인공 하모닉스의 원리, 왼쪽은 실제 누른 음이고, 오른쪽은 들리는 음이 된다.


하모닉스란 현 길이의 1/4 되는 지점에 손가락을 짚지 않고 가볍게 얹은 상태에서 줄을 그으면 한 옥타브 높은 소리가 나는 테크닉을 말합니다. 여기에 더해 인공 하모닉스란, 손가락으로 일단 하나의 음을 짚은 뒤, 남은 길이의 1/4 지점에 손을 얹어 짚은 음의 한 옥타브 높은음을 내는 것입니다. 인공(Artificial)이라는 용어는 줄을 손가락으로 짚어 특정 음계를 연주하는 stop note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음을 짚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줄(개방현) 위에 하모닉스를 구사하는 것과 상반되는 개념이기에 Artificial이라는 용어를 쓴 것 같습니다.    

이 곡에는 그 외에도 수많은 하모닉스와 포지션 이동이 나옵니다. 한 마디로 고음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과 팔이 유연하지 못한 저로서는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한편, 고음이 많은 곡을 짚으며,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곡을 무대에서 홀로 연주하게 된 저는 ‘높이 올라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모닉스를 사용하지 않고 고음을 짚으려면 그냥 높은 곳에 손가락을 놓으면 됩니다. 하지만 하모닉스, 특히 인공 하모닉스를 사용할 경우 오히려 낮은 음을 짚고, 그 음으로부터 일정한 간격에 손가락을 가볍게 놓는 방식으로 고음을 짚게 됩니다. 즉, 더 높은 곳을 직접 짚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 탄탄하게 운지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손가락으로는 줄을 누르고, 그보다 4도 높은 곳에는 손가락을 살짝 얹기만 해야 하는데 상반된 두 가지를 움직임을 동시에 한다는 것이 꽤나 어려웠습니다.    

 

하모닉스를 통해 내는 맑고 경쾌한 소리를 추구하려면, 낮은 곳에서의 운지가 탄탄해야 합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도 어쩌면 그와 비슷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조건 높이 올라가기 위해 가장 낮은 곳의 발을 단단히 딛지 않으면 허공에 뜬 채로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한없이 물건을 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장 낮은 부분이 가장 무겁고 단단하지 않은 한 중력에 의해 물건은 떨어지고 균형이 무너질지 모릅니다.  

    

인공 하모닉스 주법을 통해 제가 깨달은 것은 가볍게 높이 올라가려면 낮은 곳에 단단히 발을 딛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낮은 곳에 제대로 발을 딛지 않은 채 무작정 높은 곳만 바라본다면 우리의 삶도 언젠가는 위태롭게 허공에 떠 있다가 균형을 잃고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실은 제가 2주간 여행으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어떻게든 날짜에 글을 발행해 보려고 초고를 써 놓고 노트북도 챙겨갔지만 결국 발행하지 못한 채 2주가 지나갔어요.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는 91-93층 전망대에 올라가서 뉴욕 맨해튼 전경을 바라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역시 아래층에서의 밑작업이 많았습니다. 짐을 검사하고, 얼굴을 스캔하고, 줄을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1층부터 91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번쩍번쩍 조명과 번개 소리 등 내부 효과를 주어 하늘을 뚫고 올라가는 과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Summit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맨해튼 시내, 우측은 거울을 이용해서 반사시킨 모습입니다.


우리는 높은 곳에 올라간 상태를 추구하지만, 사실은 낮은 곳에서의 밑작업과 올라가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높은 전망대 위에서의 경험 역시 아름답고 놀라웠고요. 여러분의 삶도 인공 하모닉스처럼, 낮은 곳에서 탄탄히 디딘 발로 가볍고 경쾌하게 도약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커버이미지: www.wieniaws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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