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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Sep 27. 2021

카페인 줄이기 프로젝트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라는 책을 읽고 있다. 잠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자야 하고, 꿈은 어떻게 꾸는지, 건강한 수면이 우리에게 어떤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그 반대는 또 어떠한지에 관한 책이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말씀대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욕은 "너 지금 잠이 오냐?"이다. (외국인들은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잠을 불필요한 것, 지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것, 시간 낭비로 보는 문화에서 우리는 낙오자가 아닌데도 낙오되어 버리는 것 같다.

 나는 최근 2-3년간 푹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에 깨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잠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페인은 반감기가 평균 5-7시간이다. 즉 오후 7시 30분에 커피 한잔을 마신다고 하면, 새벽 1시 30분에도 섭취한 카페인의 50%가 여전히 뇌를 돌아다니며 활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멜라토닌이 하루 주기 리듬을 만들어 주는 첫 번째 수면 결정 요인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요인은 아데노신에 의해 생성되는 화학적 수면 압력이라고 한다. 깨어 있는 시간이 12-16시간 이상되면 몸에 축적된 아데노신이 뇌에 신호를 보내어 잠을 유도한다. 그런데 바로 이 아데노신에 맞서 수면 신호를 차단하는 것이 카페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차례 마신 카페인의 효과를 극복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잠을 푹 못 자고서 아침에 깨어나는 기분과 열 시간 전에 저녁식사를 한 뒤 마신 커피 한잔 사이의 관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내가 아닌가? 화들짝 놀랬다. 그 수많은 카페의 커피는 누가 다 마셨을까? 학원이 많으면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많듯이, 카페가 많으면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당연히 많을 터이다.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나였고, 지난번 진료실을 방문했던 수험생 청년처럼 나 역시 카페인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다.


 카페인을 줄여보아야겠다. 디카페인 커피조차도 보통 커피의 15-30%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고, 저녁에 먹는다면 수면 방해 효과가 비슷하다고 한다. 카페인을 섭취해도 수면 신호물질 아데노신은 여전히 우리 몸에 축적되어 가기에, 카페인이 떨어지면 <caffeine crash>라는 일종의 금단증상을 견뎌야 한다.


 김경일 교수님 강의 중에, '나쁜 습관을 고치기는 쉽지 않으므로 다른 좋은 습관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 있었다. 무조건 안 한다. 없앤다는 생각보다, 그 욕구를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성공률이 높다는 뜻이겠지. 나는 커피를 끊을 자신이 없다. 다만 며칠이라도 커피 없이 내 몸을 유지해 보고 그 상태를 오랜만에 느껴 보아야겠다. 그래서 내가 오늘 사 온 것은 <스타벅스 시그니쳐 초콜릿>이다.


  나에게 필요했던 건 잠을 쫓는 것보다 일상의 위로였다. 집안일과 육아를 하다 보면, 아무도 칭찬이나 보상을 해주지 않아 스스로 위로가 필요할 때가 많았다. 근처 음식집의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이 나이와 성별에 무관하게 수시로 상가 뒤편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공감했다. 그들의 니코틴은 집약적 노동 후에 반드시 필요한 위로였을 것이고 나의 카페인과 닮아 있었다.


그러니 나는 다른 형태로 그 위로를 채워 가면 된다. 오랜만에 두 아이가 등교를 했고, 나에겐 조용한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아무도 만나지 않지만 가벼운 화장을 하고 외출복을 입고, 오래전 선물 받은 귀걸이를 하고 스타벅스로 간다.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은 음료를 주문하고 개인컵 할인 300원을 받아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이만하면 괜찮은 위로다.


 caffeine crash에 맞서 또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 대신 글을 쓴다. 이 나른함을 그대로 느끼며 아이들의 수면과 관련된 부분을 다시 읽는다. 저녁형 인간은 열등하지 않다는 근거와, 청소년의 자연스러운 수면 패턴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거스르고 있는지 떠올린다.


 수면은 의식적 노력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이슈라고 한다. 조금 늦게 일어나도 괜찮다. 나에게 필요한 만큼 자고, 내가 가장 건강한 시간을 찾아서 공부하거나 일하면 된다. 모처럼 강박적 사고 없이 느긋한 오전 시간을 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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