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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Nov 30. 2023

인간들에게 간식을 얻어내는 앵무새의 전략

전지적 앵무새 시점


새들도 배변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일정한 곳에서 똥을 누는 것이 가능하다. 앵순이도 응가 전용 횃대가 있지만 100% 배변을 가리는 것은 새들에게 있어서 불가능한 부분이다. 새들에게 똥이란 참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있는 간식을 먹기 위해서는 앵무새도 똑똑해진다. 횃대에서 응가를 누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인 해바라기씨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앵순이가 인지했다.


그런데 앵순이가 몇 번 횃대에서 똥을 눴는데도 해바라기씨를 못 먹은 적이 있었다.  앵순이가 횃대에서 똥 싸는 것을 가족 중 아무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앵순억울~

이런 경우를 많이 겪어서인지 앵순이가 진화했다. 횃대에서 사람 눈을 마주친 후 똥을 눈다.


"잘 봐, 나 똥 눌 거야. 해바라기씨 준비해."


조류도 맛있는 간식을 먹기 위해 새대가리를 굴린다.


근래에 앵순이에게 배신감이 드는 일이 있었다.

횃대에서 똥을 싸야 해바라기씨를 먹는데 응가는 없고 해바라기씨는 먹고 싶고, 그래서 앵순이가 선택한 방법은 집사들 속이기와  적반하장 전략이다.


1. 집사 속이기 전략

앵순이는 똥 싸는 자세가 정해져 있다. 두 발로 횃대를 잡고 엉덩이를 뒤로 밀면서 꼬리를 살짝 들고 응가를 눈다. 그런데 똥 누는 동작을 했는데 똥이 떨어지는 것은 보지 못했다. 워낙 작은 똥도 누기에 처음에는 작아서 못 본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응가 동작을 했는데 똥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가족 모두 느꼈고 그제야 앵순이가 우리를 속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똥 싸는 척만 한 것이다

새대가리에 농락당했다! 얼마나 먹고 싶으면 이렇게나 새 머리를 굴리나 싶다. 새대가리라고 놀리면 안 될 것 같다.


2. 적반하장 전략

앵순이는 종종 급해서 똥을 먼저 누고 횃대에 올라가서 당당하게 해바라기씨를 요구하기도 한다. 순서가 뒤바뀐 것 같은데 앵순이는 너무도 당당하게 해바라기씨를 달라고 한다. 이거 아니라고 해바라기씨를 주지 않으니,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너무 당당하고 뻔뻔하게 해바라기씨를 요구하는 모습에 조류 입장에서는 시간의 순서에 따른 의미 차이를 구분하기 힘든 것인가 의심이 든다. 새대가리라 모르쇠 전략으로 집사들에게 또 이해받으며 원하는 간식을 얻어간다.


우리 가족들은 앵순이의  술수에 넘어가 주기로 했다. 사람이 보기에는 얄팍하다고 느끼겠지만 앵순이에게는 엄청난 전략이었을 것이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제갈량이나 맥아더 장군급일 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우리 앵순이가 천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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