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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Dec 02. 2023

앵무새도 혼밥은 싫어요

앵무새 식사 습관

앵순이는 혼밥을 싫어한다. 사람이 있어야 밥을 편하게 많이 먹는다. 작은 새들은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앵순이는 외동이라 혼자 밥 먹는 것이 불편한가 보다. 아침에 밥을 주고 모든 가족이 출근하면 앵순이 혼자 집을 지킨다. 밥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퇴근해서 밥그릇을 보면 거의 그대로다.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요기만 하는가 보다.


가족들이 한둘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그때부터 앵순이 먹방 타임이다. 엄마가 제일 먼저 집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밥을 먹다 말고 먹던 것을 물고 사람이 있는 곳으로 날아온다.

포도를 먹다 엄마가 보이지 않자 물고 날아와서 먹는다. 때때로 착지하기 쉬운 머리에 앉아서 식사 하는 버르장머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화장실을 갈 때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이 한 명이라도 옆에 있으면 혼자 밥을 잘 먹는데, 집에 엄마 혼자 있으니, 화장실까지 해바라기씨를 물고 쫓아온다. 화장실에서 밥 먹으면 좋으니? 앵순이 눈에는 사람만 보이나 보다.


다른 가족들이 귀가하기 전까지는 엄마 껌딱지가 된다. 이 시간만큼은 앵순이의 관심을 오로지 혼자 독차지할 수 있다. 다만 불편한 점은 요리할 때도 함께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은 서로를 위해 피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앵순이는 화장실에 감금된다. 화장실에서 꿋꿋하게 잘 기다려 주는 편이다. 다만, 감금 시간이 길어지면 화를 좀 내긴 한다. 하지만 해바라기씨 하나면 금세 화가 풀리는 뒤끝 없는 쿨한 모습을 보여준다.


반쯤 먹던 해바라기 씨를 물고 급하게 쫓아 옴


날씨가 쌀쌀해지자 집에서 차(tea)를 많이 타먹는다. 오미자차를 끓이면 달콤한 과일 향이 나서 그런지 앵순이도 먹겠다며 관심을 보인다.


"설마, 나 빼고 먹으려는 건 아니지?"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니 한 숟가락 주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설탕은 새들에게 좋지 않다는 소리를 들어서 달콤한 꿀물을 타 주었다. 아주 맛나게 드신다.

오미자 향이 집안에 퍼지면 앵순이도 침샘이 자극되는지 한 입만 맛보자며 어깨에 앉아 사람 입만 마라보고 있다. 사람이 편안하게 먹기 위해서라도 앵순이 전용 컵이 필요했고 집에서 안 쓰던 작은 크기의 소주잔이 앵순이 전용 찻잔이 되었다.


앵순이와 함께 사는 앵집사들은 혼밥이 존재하지 않는다. 혼자밥을 먹을 때도 앵순이가 언제나 함께해 주기 때문이다. 퇴근하면 반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가족 4명 모두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현관문을 열며 앵순아~! 부르며 차례차례 귀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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