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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Dec 08. 2023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 앵무새가 저지른 만행

*앵무새 똥사진이 있습니다. 식사 중이거나 비위가 약하신 분은 사진을 후루룩 넘겨주세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고 앵무새도 사람 머리에 똥 쌀 때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하는 실수에 내가 당첨되었다.


대부분 조류는 날기 위해 뼈를 비우고 짧은 내장을 지니게 되었다. 내장이 짧은 만큼 빠르게 영양소를 흡수하고 똥을 배출한다. 소변과 대변을 처리하는 기관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새들의 변은 묽은 편이다.


우리 집 귀염둥이 막내 앵순이가 오늘 급똥을  참지 못하고 엄마 머리에 실수했다. 머리에 묻은 똥은 볼 수 없으니 한동안 이렇게 다녔나 보다. 주말이라 외출했던 아들이 돌아와서 엄마 머리에 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옛날 같았으면  오두방정을 떨었을 텐데 똥 해탈 3단계에 이른 엄마는 시크하게 똥을 제거하고, 저녁에 씻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머리를 감았다.


똥 해탈 단계 이야기(예전 글)

https://brunch.co.kr/@kitty3648/108


사람도 급똥은 괴로운 법인데 앵순이도 미안했을 것이다. 똥 참는 기능 없이 태어난 앵순이 잘못이 아니다. 예전에 눈앞에서 앵순이 똥이 떨어진 적이 있다. 그때는 앵순이가 엄마 이마 쪽으로 엉덩이를 두고 있어서 다행히 눈앞에서 똥이 떨어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그때 머리에 앵무새를 올려두면 안 되겠구나 깊이 깨달았는데 금세 잊어버리고 있다가 머리에 똥을 맞았다.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방심했다가 알면서도 당했다. 알고 있지만 손해 보는 경우가 어디 이뿐이겠는가.


졸리지만 식사중인 앵무새

앵순이는 그 자체만으로 사랑스러운 존재인데, 그가 생산해 놓은 소화기관의 부산물은 왜 사랑스럽지 않은지 모르겠다.  똥을 견디는 자만이 귀엽고 예쁜 동물을 사랑할 자격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는 자격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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