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휴대전화를 공식적으로 소유한 짜릿한 하루
휴대폰 없는 사춘기 아들 관찰 일기
휴대폰 없는 학교생활은 종종 불편한 상황에 직면한다. 중학생 정도면 모든 선생님이 휴대폰이 있다는 가정하에 행사공지 및 지원을 QR 코드로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큰 둥이는 활달한 성격으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체육대회 심판 및 진행자로 지원했다. 그리고 선발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고민이 생겼다. 담당 선생님께서 단체 카톡방을 만들고 진행하는 경기 및 이동 시간 등을 공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단톡방에 올라오는 공지를 놓치지 말고 집중해서 잘 보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고 한다. 핸드폰이 없는 큰 둥이는 고민에 휩싸였다.
집에 오자마자 체육대회 진행과 심판을 꼭 하고 싶다고 어필한다. 체육대회 진행자만 입는 옷도 멋있어 보여 꼭 입고 싶을 뿐 아니라, 체육대회 끝나면 친구들과 회식도 할 수 있다며 침을 튀기며 말한다.
"그러면 설마 엄마폰을 줘야 해?"하고 떨리는 눈동자로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이때다 싶은지 눈빛이 바뀌며 '그랬으면 좋겠다고.'라고 말하며 대뜸 '역시 엄마 최고!'라고 칭찬하며 엄마의 핸드폰을 체육대회 날 가져가겠다고 기정사실화 해 버렸다.
'엄마 아직 준다고 말 안 했는데', '핸드폰 없이 어떻게 출근하지!', '혹시 중요한 연락이라도 오면 어떡하지?'...
3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들은 신나게 엄마 핸드폰을 가져가서 친구들에게 초대해 달라고 부탁하곤 당당히 체육대회 진행팀에 들어갔다. 저녁 취침 전 핸드폰을 꼭 100퍼센트 충전해 놓아야 한다며 엄마에게 두세 번 고지한 후 일찍 잠들며 내일을 기대한다.
핸드폰 없는 내일을 보내야 하는 엄마는 걱정되어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아들이 꼭 필요한데 어쩔 수 없지만 싶다가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없던 모성애도 쥐어짜 내 이겨내야 했다.
아들은 아침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핸드폰을 공식적으로 탈취해 등교한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체육대회는 무사히 끝났고 아들은 회식을 시켜주는 이유가 있었다며, 점심 먹을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바쁘고 힘들었지만, 핸드폰이 있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는지, 힘들었다는 말과 다르게 얼굴은 활짝 폈다. (바빴다면서 데이터도 많이 쓰고,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접속은 참 많이도 했더라.)
핸드폰을 다시 손에 쥔 엄마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은 정곡을 찌른 한 마디를 던진다.
"엄마, 핸드폰 없는 내 심정 이해하겠어?"
("응 이해하고 말고, 금단 증상처럼 불안하고 손이 허전하고 그렇더라."라는 말은 속으로 삼키며)
"뭐, 괜찮던데. 일이 바빠서 생각할 틈도 없더라고."
강해 보이고 싶은 쿨하지 못한 엄마였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 동일한 경험이 있어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동병상련의 동(同)의 가치는 무한히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