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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Aug 04. 2023

핸드폰 없으면 공부 잘할 것이라는 엄마의 착각

핸드폰 없는 사춘기 아들 관찰기

부모들이 자녀 핸드폰 사용을 관리하고자 하는 여러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아이의 학업에 미칠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핸드폰과 함께하는 공부란 집중력 분산은 눈에 보이듯 뻔하고, 쉴 새 없이 울리는 SNS와 카톡 알림 창, 유튜브의 유혹은 공부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들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시험 기간조차도 핸드폰을 공부에 필요한 정보를 찾는 도구로만 사용할 수 있는 아이가 있을까 싶다. 미국에 한 판사는 재판 중인데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해 비난받았다. 지성과 판단력을 모두 갖췄다는 어른 판사도 벗어나지 못한 휴대폰 중독을 우리 아이들이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휴대폰 없이 맞이하는 이번 시험 기간은 엄마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학습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유혹 덩어리 휴대폰이 지금 아이들 곁에 없으니 집중력 있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약간의 성적 상승을 보너스처럼 기대했다.


하지만 소를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강제로 마시게 하시는 못 하는 법! 공부는 아이 혼자 해내야 하는 영역이었다.


학기 말 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수행평가를 합산한 종합성적표를 받아오던 날,  비슷비슷하게 못 한 성적을 도토리 키 재기하듯 내가 잘하니 네가 못하니 둘이 왈가왈부한다.


한참을 티격태격하다가 "엄마, 성적표 안 봐도 되는데 정말 볼 거예요?" 한다. "못했다고 혼내지 않을 테니 가져와 봐." 했더니 아주 천천히 수줍게 성적표를 내민다.  두 아들의 성적표를 보고 가장 먼저 내뱉은 의성어는 '풉!' 가장 먼저 한 말은 '둘 다 할인마트니?'였다.


"엄마 왜 할인마트예요?"


"너희 성적표에서 가장 많은 알파벳이 뭐야?"


"C와 D요."


" 그러니까 할인마트지. D/C  DISCOUNT!"


"너희 쌍둥이라고 성적도 나눠서 받아올래? 아빠가 할인 상품 좋아한다고 성적도 할인해서 받아오면 어떻게 해! 둘 성적을 합해야 성적이라고 내밀 점수가 되겠어."


(중학교 성적은 A~E까지 있다)


엄마의 자조적인 체념 반 농담 반 같은 평가에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 그래도 효심은 A죠. 중학생인데 이렇게 애교 부리는 아들 없습니다. 어머니~"하고 느끼하게 말한다. '할인마트 성적표'를 봐서 그런지 오늘따라 아들의 애교를 튕겨내며 차갑게 대꾸한다.


"원래 효심 있는 애들이 부모님 힘들게 번 돈으로 학원 다니고 밥 먹는 게 아까워 공부도 열심히 하는 법이거든. 너희 효심은 A이긴 한데 A- 야."


아들은 엄마가 평가한  A가 들어간 효심 성적표를 만족하는 듯하다. 아마 학교에서 받아온 거지 같은 성적표를 보고 엄마가 분노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일 것이다.


핸드폰이 없다고 공부를 잘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라. 다만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조금 높아질 뿐이다! 그러므로 내 자식은 그 잘할 가능성에 속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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