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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Aug 03. 2023

핸드폰이 없을 뿐인데, 감성 충만 시인이 되다!

아이들은 휴대전화가 사라진 후 일주일 동안은  금단 증상처럼 핸드폰 없는 불편함을 호소한다. 왜 안 그렇겠는가? 2년 동안 한 번도 떨어져 본 적 없이 밤낮으로 끼고 있던 휴대전화가 사라졌으니 그 허전함을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 자업자득이지 꼬시다 요놈들!


핸드폰이 다시 손에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하니 어떻게든 적응해야 하는 처절함이 보인다. 사람은 강인한 생명체다. 어느 순간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사라져 가는 공중전화 위치를 파악하며 주변을 더 밀도 있게 관찰하고 있다. 급할 때 공중전화로 달려가야 하므로 공중전화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본인이 불편하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구나 싶다. 그뿐만 아니라 집 앞에 있는 나들가게 주인아저씨와도 친분을 쌓아 급할 때 달려가 전화를 부탁한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임기응변에 능했든가 싶다.



하루는 학교를 갔다 온 큰 둥이가 이런 말을 한다.


'버스를 타고 갈 때 매번 핸드폰만 들여다보았는데 핸드폰이 없으니 버스 기사 아저씨 뒷자리에 앉아 아저씨가 어떻게 운전하는지 관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게 관찰했다고 한다.


'큰 핸들을 좌우로 돌리며, 기어를 넣고 빼며, 페달을 밟았다 뗐다, 문을 열었다 닫았다'하는 운전사 아저씨 흉내를 낸다. 그리고 지나가는 버스는 버스마다의 음정과 박자가 느껴진다고 한다.



오잉? 너의 비천한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핸드폰과 거리 두기를 했을 뿐인데 우리 아이가 시인이 된 줄 알았다. 그동안 핸드폰이 우리 아이가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거머리처럼 빼앗고 있었구나!!



핸드폰 화면이라는 작은 세상에서 벗어나니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오고, 바라보니 느껴지는 게 있나 보다. 그렇다면 엄마도 휴대전화를 없애볼까? 하고 아주아주 잠시 생각하지만 역시나 무리다. 엄마는 사회생활 해야 하니까 안된다는 핑계를 대본다. 어찌 우리 애들이 대단해 보인다.


'결핍이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결핍이 결핍된 사회에서는 결핍 또한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배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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