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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미진진한 독자 Aug 02. 2023

중2병도 울고갈 핸드폰 없는 삶

중2병도 울고 갈 핸드폰 없는 삶

며칠 전 아들이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학교에서 1,2, 3학년 통 들어 저희 둘만 핸드폰이 없어요."

"엄마도 그럴 것 같았어. 그래서 핸드폰 사달라는 말이니? 핸드폰 사주면 100% 관리할 자신은 있?"

"........."

아들은 대답을 못한다.


그렇다. 우리 집 쌍둥이 아들은 핸드폰이 없다.

처음부터 핸드폰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핸드폰이 생겼고 중2 여름방학 때 핸드폰과 이별했다. 2년간의 열렬한 핸드폰 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약도 부작용을 주의해서 복용하고, 수술도 어떤 후유증이 있는지 살펴보고 신중하게 결정한다. 음식도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유기농을 는데,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 보이는 핸드폰을 그것도 꼬박꼬박 월세 내듯 요금을 지출하며 사용해야 할까? 민스러웠다.


핸드폰 이별 결정 과정은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아이들도 핸드폰 중독에 대해 느끼고 있었지만 '중독'에 스스로 그만둘 수 있는 인간 종자는 드물다. 아이들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다고 인정했고, 아빠는 실행력 있게 바로 핸드폰을 수거했다.


엄마는 고민했지만 아빠는 결단했다.

별스러운 아빠의 단호한 결정으로 핸드폰 압수가 아닌 통신사 해지까지 감행했다. 핸드폰을 압수하면 다시 돌려받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통신사까지 해지하는 아빠를 보고 아이들은 핸드폰과 이별을 숙명처럼 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야말로 '디지털 원시인'이 된 것이다.


요즘 세상에 핸드폰 없이 생활이 가능할까? 교우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던 엄마는 아빠의 빠른 결단과 실행에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나도 당황스러웠으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렇게 2년이 지났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은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친구들은 모두 있는 핸드폰을 가지지 못해 때로는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아직까지 핸드폰 없이 잘 텨내고 있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2년 2개월 동안 도시를 떠나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며 숲 속 생활에서 발견한 통찰을 책으로 남겼다. 문명을 벗어나 자연과 가까이 살며 삶과 인생의 본질을 직면한 실험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문명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으로 촘촘히 연결된 그물 속에 혼자 로그아웃되어 있는 삶도 숲 속 생활 못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핸드폰이 없어진 이후 겪은 에피소드를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아저씨만큼 깊은 통찰은 없겠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따뜻한 시선으로 써보고자 한다. 


아직도 휴대폰 단식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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