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면서 예전에 인기를 누렸던 MP3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하지만 몇 개월 전 우리는 그 추억의 가전제품을 다시 소환했다. 핸드폰은 없지만 음악 듣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요청으로 같이 고민했고, MP3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요즘도 MP3가 있나 싶었지만 검색해 보니 아직 세상에 존재하는 이 세상 제품이었다. 다행이었다. 워크맨처럼 저세상으로 사라진 건 아닌지 걱정했다. 아빠의 폭풍 쇼핑으로 2개를 구입했고 아이들에게 건네주었다.
근데 어찌 MP3 제품을 받아 든 아이들 표정이 떨떠름하다. 들고 다니기 부끄러울 것 같다는 의견이다. 작아서 잘 보이지 않으니, 주머니에 넣고 다니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장점은 무선이어폰이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줄로 연결된 이어폰을 써야 했다면 아이들은 음악 듣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간지와 허세가 생명이니까. 핸드폰이 없어지면서 무용지물이 될 뻔한 블루투스 무선이어폰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고마운 일이었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선택에 만족할 때쯤 큰 둥이는 자전거를 타다가 그만 MP3를 떨어뜨려 박살 내버렸다. '다시 사 줄까?' 하고 물어봤지만, 괜찮다며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다. 친구들의 시선을 더 의식하는 큰 둥이 성격 때문인지 편하게 사용하지 못했나 보다.
(시간이 지난 뒤 MP3를 처음 받았을 때 떨떠름한 미소를 지은 이유를 물어보니, 영영 핸드폰을 안 사줄 것 같은 징표같이 느껴져서 그랬다고 한다.)
작은 둥이는 지금까지도 잘 활용하고 있다. 학교에도 당당하게 들고 간다. 친구들이 MP3를 보고 '웬 골동품이냐?'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래도 화면이 컬러라 신기해하기도 했단다. MP3가 좋은 점은 학교 오면 핸드폰을 모두 제출해야 하는데 MP3는 선생님께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좋다고 한다. 처음 선생님께 가져갔더니 선생님께서 이게 뭐냐며 신기해하셨고,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니 그냥 가지고 있어도 된다고 허락해 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MP3에도 익숙해질 때쯤 작은 둥이가 보조배터리를 다이소에서 사 온다. 기계가 작다 보니 충전해도 1시간 재생하면 배터리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보조배터리와 MP3를 함께 들고 다닌다. 귀찮고 무거울 것 같아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핸드폰처럼 보여서 좋다'라고 한다.
그래... 핸드폰처럼 보여서 괜찮구나.(짠~한 엄마 마음)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mp3와 보조배터리)
역시나 핸드폰이 없어도 핸드폰은 있는 것처럼 보여야 마음이 편하구나. 모두에게 있는 물건이 나만 없다는 특별함은 '불편한 특별함'이 되는구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나이니까 이해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 척'하며 살아간다.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 가난해도 부자인 척, 못해도 안 하는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