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흥미진진한 독자 Aug 08. 2023

엄마와 아들의 유쾌한 티키타카

슬프게 끝난 노래

아들과 도서관에 왔다. 한 시간을 앉아 있지 못하고 들락날락한다. 엄마 심기가 점점 불편해진다.


그래서 아들 궁뎅이를 톡톡톡 두드렸다. 의자에 엉덩이 좀 붙이고 있으라는 의미로.


엄마가 궁뎅이를 두드리자 아들이 노래를 부른다.


"엉덩이가 없지요."

"뱃살도 없지요."

"찌찌도 없지요."

"턱살도 없지요."

(요즘 살이 빠져서 즐거워 부른 노래다.)


엄마도 바로 노래 한 소절을 이어 붙인다.

"머리도 든 게 없지요."


아들이 눈을 흘기며 노래를 이어간다.

"핸드폰도 없지요."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 아니 슬퍼진다.

무척이나 슬픈 돌림노래가 되었다.




아들이 노래 부른 이유:

근래에 통통했던 아들이 키가 크면서 잡아당긴 엿가락처럼 날씬해졌다. 그래서 탱탱했던 엉덩이의 반작용이 옛날 같지 않다. 하지만 아들은 날씬해진 몸매가 마음에 들었는지 외모 자존감이 올라갔다. 옛 어른들이 '한참 클 때는 살 쪄도 나중에 다 키로 간다'고 말하던데 진짜 그런가 보다. 보름달 같던 얼굴이 초승달처럼 뾰족해서 좋다고 한다. 잘생긴 척을 허벌나게 하며 거울을 오래 볼 때도 있다. 머리도 넘겨보고, 얼굴도 요래조래 돌려보고, 존재하지 않는 팔 근육도 억지로 소환하는 모습이 사춘기 남자아이의 전형같이 느껴진다.


궁뎅이 티키타카 문화:

참고로 이 집 엄마(나)는 아들 엉덩이를 잘 두드린다. 탱탱한 궁뎅이의 반작용을 좋아한다.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누릴 수 있을 때 마음껏 두드려 보자고 시작한 행동인데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더 재미있게 하는 요소는 엄마가 궁뎅이를 두드리면 아들도 궁뎅이를 흔들며 웰시코기보다 더 귀엽게 궁디실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여길까 봐 밖에서는 자제하고 있다.


언제까지 궁뎅이 티키타카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커가는 것이 좋으면서도 아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