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인 2022년 8월 동작구 일대가 폭우로 침수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 가족은 현장에서 홍수로 곳곳이 침수되는 상황을 직접 경험했다.
기록적인 폭우로 역대 최고치 강수량을 80년 만에 넘어섰다고 뉴스에 나왔으며, 자주 오가던 지하철역이 물에 잠기는 뉴스 영상을 보니 그때 정말 '재난 현장 중심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우리 가족은 소중한 자동차를 잃을 뻔했다. 실제로 눈앞에서 바로 2번째 앞에 있던 차까지 침수되는 상황을 겪었다. 물이 밀려오며 차오르는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그 급박했던 순간을 시로 남겼다.
재난을 만난 불운(상편)과 쓸모를 발견한 행운(하편)
재난 중 일기(상편)
유난히도 굵은 빗줄기
유별나게 진심인 수영강습
엄마와 좌청룡(아들 1) 우백호(아들 2)
빗속을 뚫고 수영장 도착
발차기 한 바퀴 자유형 한 바퀴
다급히 울리는 주차이동 안내방송
설마~설마~ 현실 부정
정말~정말~ 현실 자각
천장에서 콸콸콸
토사가 철철철
맑고 맑은 수영장 물
순식간에 진흙탕물
헐레벌떡 뛰쳐나와
우리 차는 이동 주차
주차장에서 탈출하자
다시 만난 위기 순간
골목길로 들어서니
물이 넘실 막다른 길
우왕좌왕 좌충우돌
가는 곳곳 물이 찼네
차는 길을 잃고
나는 혼을 잃고
저기 자동차 침수 당첨
여기 내차 침수 직전
재난 중 일기(하)
위기 감지한 아들 녀석
차 문 열고 빗속으로
이순신처럼 물길 읽어
나아갈 길 알려주네
무릎으로 물 높이 재어
살신성인 차를 살렸네
공부 못한다 구박만 잔뜩
어미로서 미안하네
난세에 영웅 난다고
너는 지식보다 지혜구나
공부 좀 못하면 어떠하리
어디 가서도 살아남겠구나
15년 먹인 밥값을
이제야 제대로 하는구나!
8월 태풍이 온다는 소리를 들으니 작년 그 순간이 다시 떠오른다. 맨홀 뚜껑이 역류하는 수압으로 떠내려가고, 하수도가 분수처럼 솟던 장면이 생생하다. 자동차를 높은 지대로 겨우 옮겨 놓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은 그야말로 재난 속에서 살아남기였다. 허벅지까지 차오른 하수구 냄새나는 똥물 속을 헤치며, 발밑 구멍에 빠질까 염려하며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왔던 그때는 정말 난리 난리 물난리였다. 침수된 도로와 뚜껑 잃은 맨홀 구멍에 자동차 바퀴가 빠지면서 생긴 상처는 아직도 차에 남아있어 그때의 위기 상황을 잊지 못하게 한다. 아찔한 2022년 8월이었다. 2023년 8월은 큰 피해 없이 태풍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행복을 태풍이 빼앗아 날려버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