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흥미진진한 독자 Aug 09. 2023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해 보자!

아들이 숨겨온 아빠에 대한 마음


아들의 시험 기간이 끝나고 스트레스 풀어줄 겸(스트레스받으며 공부한 성적은 아니지만 예의상) 강남역으로 데이트 나갔다. 아들 2명을 좌우로 끼고 다니는 든든함이 좋았다. 강남역에 사람이 많아서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낚시 카페와 비비탄 사격장이 있기 때문에 종종 함께 간다.


낚시 카페에서 엄청 큰 붕어 한 마리를 낚아 기념사진도 찍고 상품도 얻었다. 2차는 비비탄 사격장이다. 남자아이들이라서 그런 건지,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해서 그런 건지 총 쏘기를 엄청 좋아한다. 비비탄 사격장에서 엄마 돈을 총알로 허공에 펑펑 낭비하며 받아 든 사격 실력은 군인으로 바로 입대해도 될 만큼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데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다.  서장훈과 이수근이 진행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살> 프로그램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장 녹화가 진행되고 있어 사람들이 모였다. 평소에 종종 보던 프로그램이라 관심이 다. 두 진행자의 고민 해결 방법이 재미있기도 하고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던 방송이다. 가벼운 고민부터 무겁고 진지한 고민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현장에서 정말 섭외하기도 하는구나! 그렇다면 우리도 나가볼까?' 하는 생각에 아들을 꼬여 본다.


"너네 평소에 아빠가 핸드폰 없애서 '우리처럼 사는 중학생은 대한민국에 없을 거라'며 억울해했잖아. 서장훈, 이수근 아저씨에게 물어보고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할까?"


"혹시나 방송 나가면 사람들이 너무했다고 말해서 아빠가 여론(?)에 밀려 사줄지도 모르잖아."


"평소에 그 많던 불만들 시원하게 꺼내놔 봐, 유명 연예인에게 객관적으로 조언을 구해보자."


엄마가 개인적으로 서장훈, 이수근을 보고 싶어서 아이들을 계속 꼬신다.


작은 둥이는 쑥스러워하는 성격이라 조금 고민하더니 바로 거부한다. 말 잘하는 큰 둥이에게 용기 내어 보라고 분위기를 한껏 조장하는데 촌철살인 한 마디를 던져 엄마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방송 나가서 아빠 욕하면 전국에 아빠의 만행(?)이 알려지는 거잖아. 나쁜 아빠 만들기 싫어. 밉긴 하지만 아빠 욕먹는 건 싫어."


큰 둥이 말에 엄마는 감동 먹어부렀다. 개인적인 욕심에 눈이 어두워 아빠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생각하지 못했다. 애들이 아빠를 생각하는 깊은 마음에 많이 컸구나  느끼면서 나의 짧은 선견지명반성하게 다.


아이들을 위해 억지로 나선 데이트였지만 엄마를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었다.



ft. 그런데 둥이들아! 아빠는 그렇게 체면 생각해 주면서 엄마 체면도 생각 좀 해줄래? 학교에서 둘이 싸워서 담임선생님께 전화 오면 엄마는 할 말이 없단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못 하는 엄마 체면도 생각해 주렴. 둘은 싸워도 학(교) 폭(력) 안 가니 괜찮다는 말은 하지 말고 우애 있게 지내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